4일 동반성장위원회 주최로 열린 ‘2차 서비스업 적합업종 공청회’는 1차 공청회(5월23일) 때보다 더 뜨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적합업종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구체적인 업종까지 거론되면서 대·중소기업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종업원 4인 이하의 영세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과 최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생활형 서비스업을 우선 선정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적합성은 업종과 상권뿐 아니라 평균 매출과 점포 면적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 평균 매출이 간이과세 기준(연 4800만원)과 비교해 얼마나 적은지, 또 업종별 초기비용과 점포 면적은 어떤지를 조사해서 적합업종 선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지난해 제조업 적합업종 선정과 권고사항도 100% 이행한 만큼 서비스업 역시 성실하게 임하고 협조할 것”이라며 “생활형 서비스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선정하자는 방향과 가이드라인 등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업종을 적합업종에 넣느냐를 놓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임 상무는 중소기업계가 제빵 등 프랜차이즈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한 데 대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대부분이 자영업자인 만큼 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밀하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나 CJ푸드빌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업종에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사업을 못하도록 할 경우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프랜차이즈의 적합업종 지정은 당연히 추진돼야 하며,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단체 등도 중기 적합업종 논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꽃배달이나 문구유통 등 공공기관의 서비스업 진출이 도를 넘어 일반 소상공인의 분야를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레일과 우체국의 꽃배달 사업, 교직원공제회의 문구유통, 농협이나 재향군인회의 상조업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또 “취급 품목별 업종의 영세성에 따라 문구나 식자재 등 도매업도 적합업종 지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반위는 지난 1차 공청회 때 도매업을 제외하고 소매업(68개)과 외식업(16개), 개인 서비스업(31개)을 적합업종 지정 대상으로 우선 논의하자는 의견을 냈다.

패널로 참석한 이성준 한국유통경영학회 회장은 “국내 소매업에서 중소상공인 비율이 90% 이상인데 매출은 대기업 비중이 60%를 넘는다”며 “대기업은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적합업종 선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 후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를 비롯한 42개 소상공인단체는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조속한 지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동반성장위 제2기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진전이 없다”며 “이달 내로 적합업종 신청 접수를 즉각 개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수진/윤정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