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조 가치' 기술유출에 또 외국계 협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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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몰레드 핵심기술 해외 유출 일당 기소
검사 핑계대며 생산 현장 수시 출입…단속도 없어
中·대만 경쟁업체에도 유출…삼성·LG 큰 충격
검사 핑계대며 생산 현장 수시 출입…단속도 없어
中·대만 경쟁업체에도 유출…삼성·LG 큰 충격
한국 기업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국가핵심 산업기술이 외국계 협력업체를 통해 중국, 대만 등 경쟁업체로 빠져나갔다는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일명 아몰레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삼성과 LG는 큰 충격에 빠졌다. 아직 시장에 선보이지 않은 55인치 TV용 AMOLED 패널 설계도를 빼낸 ‘오보텍’ 한국지점 직원들은 평판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점검을 구실삼아 두 업체의 생산공장을 별다른 제재없이 들락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첨단 기술에 대한 외국계 협력업체의 유출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의 보안 의식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차례에 걸쳐 범행… 단속없어
검찰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LGD) 공장의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점검을 위해 공장을 출입하던 오보텍 한국지사의 김모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2~3회에 걸쳐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55인치 TV용 AMOLED 패널의 레이어별 실물 회로도 등을 촬영, USB에 담은 뒤 이를 자신의 신발, 허리띠, 지갑에 숨기고 나와 이스라엘의 오보텍 본사에 보냈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안모씨도 이 기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를 출입하면서 비슷한 수법으로 AMOLED 패널의 회로도 등을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첨단기술을 빼내는 과정에서 삼성과 LG 측의 보안 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오보텍은 LCD(액정표시장치)·AMOLED 등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을 검사하는 장비를 점검, 납품하기 때문에 장비 유지·보수 작업을 이유로 생산 현장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며 “생산공장에서 아무런 제지없이 낱낱이 (AMOLED 패널 설계도를)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몰래 빼낸 자료는 오보텍 본사를 포함해 이 회사의 주요 고객사인 중국 BOE, CSOT와 대만 AUO, CMI 등을 관리하는 해당 담당 직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오보텍은 이 정보를 이용해 검사장비 매출을 늘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기소된 김씨가 중국 지역 담당자를 통해 중국 최대 패널업체인 BOE사에 해당 기술을 유출한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기술유출, 외국계 업체가 주요 통로
그동안 다른 기술 유출 사건에서도 외국계 회사가 중심에 있었다. 협력업체인 외국 기업의 한국 지사나 경쟁사인 외국 본사가 국내 기업 연구원들과 공모해 첨단 기술을 훔쳐갔다. 2010년 2월 적발된 메모리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AM)의 한국 지사가 개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인 이 회사 부사장인 곽모씨와 한국 팀장인 김모씨가 6년간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제작 공정 등을 유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과 경쟁관계인 외국 기업도 기술 유출 사건에 자주 등장한다. 지난 4월 삼성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련 기술을 빼돌리려 한 조모씨는 LG디스플레이 임원으로 입사하는 게 무산되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로 기술을 유출하려다 검거됐다. 앞서 작년 12월에도 BOE 연구원 김모씨가 삼성, LG 연구원들과 짜고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OLED 관련 기술을 빼돌리려다 적발됐다.
장성호/정인설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