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 산다. 도시는 사람과 기업 간 정보 교류를 촉진해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한다. 도시 인구가 10% 늘어나면 1인당 생산성이 3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도시가 일정 수준 발달하면 환경오염이나 도시 내 소득 양극화 등 부작용도 나타난다.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해 도시 전체가 침체에 빠지기도 한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삶의 터전으로서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재생 과정이 필요하다. 2차대전 이후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인 ‘도시 재생’은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사회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총체적인 재건 작업을 의미한다. 과거 도시 재생은 재건축·재개발 등 주로 하드웨어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요즘은 도시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도시를 재생시키기 위한 키워드는 △감성 △참여 △팝업(pop-up)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화·예술과 역사 등 감성적인 요소가 도시 재생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철강도시였던 스페인 빌바오는 1980년대 몰락의 길을 걸었지만 1997년 구겐하임미술관을 개관하는 등 문화·예술에 중점을 둔 도시 재생 작업을 통해 예술도시로 거듭났다.

빌바오 외에도 과거 공업도시였다가 쇠퇴한 유럽 도시들은 문화유산을 활용해 도시를 부활시키는 ‘문화수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가 창조적 거점이 될 때 인구와 고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말로 감성적 요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도시 재생 과정에서 주민 참여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도시 재생이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치중한 탓에 정작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는 못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는 주민들이 설립한 재단이 생태하천과 녹지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일본에서는 세타가야구처럼 주민들이 참여해 거주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종로의 ‘북촌 가꾸기’ 역시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추진한 사례다.

팝업은 도시의 자투리 공간에 건물을 짓거나 경관을 조성하는 것을 뜻한다. 유휴공간을 활용해 유동인구를 발생시키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당국은 주거용지 전환을 앞둔 고속도로 부지인 프록시(proxy) 지구에 미술관 극장 식당 등 다양한 상업시설을 입주시켜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기업은 도시 재생이 만들어내는 사업 기회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선진국 도시 인프라 개선 작업으로 매년 1조6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도시 재생을 추진하는 행정당국과 수요자인 주민 사이에서 기업이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박강아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kangah.park@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