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년치 보험료 선납 길 열렸지만…직장가입자엔 '그림의 떡'
7월부터 만 50세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는 한꺼번에 최대 5년치 보험료를 미리 낼 수 있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금까지는 최대 1년치 보험료만 미리 낼 수 있었다.

만 60세 이후(내년부터는 61세 이후) 국민연금을 타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야 하는데 이 같은 선납 제도를 활용하면 가입 기간이 부족한 중장년층이 국민연금을 받기가 한결 쉬워진다.

하지만 이 제도는 1100만명에 육박하는 직장 가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직장 가입자가 보험료를 미리 내려면 근로자 본인의 선납 신청 외에 고용주가 동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고용주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월소득의 9%다. 지역 가입자는 본인이 9%를 모두 내지만 직장 가입자의 경우 근로자와 고용주가 보험료를 각각 절반(4.5%)씩 부담한다. 근로자가 언제 퇴직하거나 이직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용주가 이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직장 가입자가 선납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보험료 선납 기간을 최대 1년에서 5년으로 늘린 것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 만 49~57세인 베이비부머의 평균 은퇴 연령은 53세다. 상당수는 이미 직장에서 은퇴해 지역 가입자로 전환했고 앞으로도 늘어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국민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1988년 도입했지만 초창기에는 가입자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국민연금 없이 노후를 살아야 하는 고령층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보험료 선납 기간을 연장한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 선납은 당초 직장 가입자보다 지역 가입자를 염두에 두고 만든 제도”라며 “직장에서 은퇴한 후 지역 가입자로 전환한 중장년층이 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가입자는 약 1988만명이다. 이 중 직장 가입자는 1097만명, 지역 가입자는 867만명이다. 나머지는 군인 주부처럼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가입한 임의 가입자들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