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이 26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사교육폐지, 하우스푸어 소유주택의 국가매입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손학규, 문재인 상임고문과 조경태 의원에 이어 정 고문이 민주당의 대선후보 명단에 올랐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출마선언을 위한 길일을 고르는 중이고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영환 의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대통령이 되겠노라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정몽준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에 이어 김태호 의원도 다음달 출마를 선언한다. 출마선언과 관계 없이 박근혜 의원이나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이미 대선의 중심에 서 있다. 대통령 후보가 폭주하고 선거 열기는 벌써 뜨겁다.

대통령 출마자가 많으면 국민들의 선택폭도 커지는 것이니 나쁠 게 없다고 할 것인가. “남북 공동체를 열겠다”(김두관·김문수), “20대는 물론 70대까지 일자리를 모두 갖도록 하겠다”(손학규) 등등 ‘말의 성찬’도 화려하다. 전지전능하지 않은 다음에야 이룰 수 없는 약속들이다. 듣기 좋은 말들이지만 거짓말이라는 것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개념도 모호한 ‘분수경제’(정세균) 같은 말을 만들어낼 뿐 실천방안은 처음부터 없다. 북한과 FTA를 하겠다, 빚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사이비 교주의 그것에 불과하다. 싸구려 리더십만 춤을 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땀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말하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은 불행이다. 자유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말하는 지도자도 없다. 국민이 절제하는 바로 그만큼, 그래서 법치 공간이 확장되는 그만큼만 사회가 안정된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모두가 빈손에서 장미꽃을 피우기라도 할 것처럼 허구적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다. 대통령 선거는 거짓말 대회가 아니다. 메시아는 존재하지도 않고, 또 존재해서도 안 된다. 아마 군중에게는 열광할 메시아가 필요할 것이다. 거짓 메시아와 군중이 합작으로 만들어 내는 멸망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