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개국 "1300억 유로 성장협약 추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4개국 정상들이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1300억유로(약 189조원) 규모의 성장협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4개국 정상들은 오는 28~29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이 협약을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22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로마에서 열린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과의 4개국 정상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취해온 조치로는 위기 해결에 충분하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4개국 정상들은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인 1300억유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성장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협약을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GDP의 1%를 역내 성장과 투자를 위해 사용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지지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회의는 EU 정상회의에서의 합의 도출에 유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가세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4개국 정상들은 유로존과 유로화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데에도 분명히 의견을 같이했다”며 “유로존의 금융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로존 ‘빅4’ 정상들이 성장협약 추진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2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은행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은행에 대출할 때 요구하는 담보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ECB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BBB-’등급의 주택담보증권(MBS), 중소기업 대출, 자동차 대출을 대상으로 26%의 상각률을 적용해 담보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ECB는 “새로운 자산담보증권(ABS)에 적용하는 높은 상각률은 자산의 등급에 따른 위험도를 평준화하고 유로존의 위험관리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CB의 이 같은 조치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자산 부실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페인 은행권을 지원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앞서 21일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검사) 결과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최대 62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은 25일 EU에 은행 지원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올리 렌 EU 집행위원은 “다음달 9일까지 스페인 금융권 지원 규모와 세부조건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