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가 25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 화물연대 파업을 전후로 8월까지 노동계의 하투(夏鬪)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어 여름철 노사갈등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계의 이런 움직임이 연말 대선과 맞물리면서 강성파업으로 이어져 산업계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7년에도 정권교체와 파업이 동시에 발생해 경제위기가 심해진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도 대선과 파업이 맞물리면 국가경제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표준운임제’가 최대 쟁점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크게 5가지다. △표준운임제 전면 실시 △운임 30% 인상과 면세유 지급 △표준위수탁계약서 법제화 △과적단속의 실질화 및 도로법 개정 △특수고용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 등이다.

이 가운데 표준운임제 전면 실시가 핵심 요구사안이다. 표준운임제는 정부·화주단체·운송사단체·화물연대가 협의해 최저운임을 정하는 제도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2008년 정부가 표준운임제의 법제화를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중재안을 내놨지만 위반했을 때의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화물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데다 화주·운송업체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률적인 규제와 처벌조항을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일정수준 이상의 운임을 강제하면 영세 운송업체는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비(非)조합원들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다. 전국 화물차주 38만명 가운데 화물연대 조합원은 1만2000명에 그쳐 비조합원이 참여하지 않으면 화물주와 운송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국토부는 비조합원들이 파업에 적극 참여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놓았다. 이전처럼 파업에 참가하는 화물기사가 불참기사의 차량을 파손할 경우 각종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운전면허 정지·취소 조치도 취할 계획이다.

○노동계 파업일정 줄줄이

화물연대 외에 다른 노조도 이달 말부터 파업계획을 줄줄이 잡아놓은 상태다. 27일에는 민노총 건설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며 28일에는 민노총이 8월 총파업을 앞두고 벌이는 경고파업이 예정돼 있다. 다음달 2일에는 민노총 금속노조가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에 일괄조정 신청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파업 절차에 돌입한다.

파업 요구사안은 근로조건 개선 등 사용자에 대한 요구라기보다는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정치 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동법 재개정을 3대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8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노총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산별 최저임금 설정 △심야노동 철폐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교섭을 벌이던 한국노총 금융산업노조도 파업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 8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오는 26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민노총이 총파업 계획을 내놓자 “개별 기업의 막대한 손실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