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QE3)라는 '깜짝 카드'는 등장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렇지만 '노동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QE3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미 중앙은행(Fed) 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또 Fed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단기 채권 교환 프로그램)를 연말까지 연장한데 대해서도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1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비해 매월 매입 규모는 45억 달러 가량 더 많다. 장기금리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 수요 진작에 분명 좋다.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예상대로 마무리된 FOMC 탓에 국내 증시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자 앞으로 독일의 태도 변화에 시장의 기대가 옮겨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를 최종 방어할 정책이 유로존 재무장관회의(22일)와 EU 정상회담(28~29일)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21일 "이제 독일의 태도 변화 가능성에 시장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며 "유로존 이슈와 관련해 사사건건 반대 입장인 독일 정부가 최근 구제금융펀드인 유럽안정기구(ESM)의 기능 확대(시장에서 국채 매입), 유럽부채상환기금 조성, 유로빌 발행 가능성, 은행동맹 등에서 이전보다 한 발 더 물러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최소한 EU 정상회의까지 은행동맹이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ESM의 유로존 국채매입 등 관련 정책이 꼭 나와야 한다"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스페인 은행 위기는 정부 위기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입장 변화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독일의 스페인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독일은 아직까지 재정긴축과 금융기관 지원에 대해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따라서 다음주 EU 정상회의를 통해 독일의 태도가 조금 더 개선될 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그래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과 달리 스페인의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은 다른 나라에 비해 독일의 스페인에 대한 익스포져가 크기 때문"이라며 "독일의 스페인 익스포져는 1461억 달러로 스페인 전체 채무의 25% 수준으로, 프랑스의 1147억 달러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한 연구원은 "이번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와 다음주 EU 정상회의, 유럽중앙은행(ECB) 정책회의에서는 독일의 태도 변화로 인해 재정긴축과 통화정책의 전개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며 "앞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유로존의 안정과 금융시장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은행동맹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복선"이라고 판단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도 "이번 EU 정상회담 등에서 독일의 양보와 부담을 불러올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를 피하고 싶었을 독일이지만, 자신까지 위험해진다면 원칙과 긴축을 계속 고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ERF(European Redemption Fund)를 선택하든 유로본드를 논의하든 어찌됐든 독일이 양보하고 일부라도 부담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전세계가 환호할 것"이라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스페인, 이탈리아 금리는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주부터 독일 국채가 더 이상 안전자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미국, 일본 금리가 하락할 때 같이 떨어지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금리가 상승할 때 하락하던 대표적인 유로 표시 안전자산이던 독일의 금리가 미국, 일본금리가 아닌 스페인, 이탈리아 금리와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홍 연구원의 설명이다.

홍 연구원은 "무엇보다 문제는 '이제 독일도 위험하다'는 인식"이라며 "유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체 유로존이 위험해지고 있으며, 이제 이 위험요인이 독일까지 공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모나코에서 열리고 있는 헤지펀드 컨퍼런스에 참석한 헤지펀드 매니저들 중 절반 이상이 '독일의 국채금리가 1년 안에 두 배 가량 오를 것(가격하락)'이라고 전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