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는 2009년 7월 우유업계에선 최초로 유통기한 표기에 병행해 제조일자도 표기해왔다. 유통기한 보고 사나 제조일자 보고 사나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제조사마다 유통기한 설정에 조금씩 차이가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신선도를 대번에 파악하려면 제조일자를 보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것.

우유업계 특성상 이 정도 차별성이라면 당연히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할 캐치프레이즈가 맞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바로 ‘서울우유 제조일자 시리즈’다. 2009년 이후 3~4년간 시리즈를 지속해오면서 서울우유 측은 늘 같은 메시지만을 전했다. 서울우유는 우유 곽 상단에 제조일자를 찍어놓으니 이를 보고 신선함을 판단하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고정 캐치프레이즈 CF 만들기가 가장 까다롭다. 수년간 같은 메시지만 전달하면 당연히 보는 쪽도 지친다. 다 거기서 거기로만 보인다. 그럼 ‘서울우유 제조일자 시리즈’는 이 같은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취했다.

일단 출연자를 계속 바꿔서 진행했다. 송중기 이전에도 이문세, 차두리 등 수많은 스타들이 ‘서울우유 제조일자 시리즈’를 거쳐 갔다.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사실상 고정 캐치프레이즈 CF에 있어선 꽤나 흥미로운 사례다. 이전까지 식품광고에 있어 고정 캐치프레이즈란 대부분 특정출연자와 병행된다는 인상이 강했다. 수년 동안 “그래, 바로 이 맛이야”를 내걸었던 김혜자의 다시다 CF, 마찬가지로 수년에 걸쳐 “프리마는 아내 사랑입니다”를 내건 안성기-이현미의 프리마 CF 등이 예다.

그러나 다시다와 프리마처럼 추상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서울우유 캐치프레이즈는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려 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제조일자를 표기하고 있다는 정보다. 아내를 사랑한다거나 가족을 위해 요리를 맛있게 하려 한다는 보편적 감성은 분명 특정출연자 이미지와 겹쳐져 지속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정보를 토대로 한 이성적 판단은 특정출연자로 스피커가 고정됐을 때 어딘지 딱딱한 느낌을 자아내게 된다. 서울우유를 예로 들자면 제조일자 표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대사 같은 이미지가 된다. 어딘지 공익광고 같은 느낌이 들면서 자연 광고효과도 떨어지게 된다. 이에 출연자를 계속 바꿔주는 쪽이 더 효과적이란 점을 증명한 게 바로 ‘서울우유 제조일자 시리즈’란 것이다.

한편 이처럼 출연자 교체방식 외에 서울우유 측은 매번 바뀌는 CF 출연자 이미지와 정보에 맞춰 CF 컨셉트 자체를 변형하는 방식을 함께 취했다. 예컨대 이문세 편에선 그 세대에 걸맞게 나긋나긋한 내레이션으로 서울우유 공정과정을 차근히 설명해줬고, 차두리 편에선 짧고 단순하며 코믹한 대사들을 이어 붙여 주로 젊은층에 어필하려 했다. ‘갓 짜낸 신선함을 원하다면’ 편은 송중기 클로즈업으로 화면을 열면서 대뜸 이런 질문을 던진다. “송중기 씨, 과연 어느 우유가 더 신선할까요?” 그러자 송중기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바로 “몰라!”라고 외친다. “제조일자가 없으니까!” 그 뒤 송중기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우유의 신선함, 제조일자로 확인하세요.” 그러고는 이번 송중기 편의 개별 캐치프레이즈가 따로 설정된다. “갓 짜낸 신선함을 원한다면, 서울우유.”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이 CF가 제대로 작동하는 이유가 있다. 송중기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CF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이를 선언이라도 하듯, CF는 일단 “송중기 씨”라고 먼저 외치고 들어간다. 그 뒤 CF 화면은 전체적으로 곱고 화사한 느낌의 송중기 이미지를 그대로 따라간다. 색감도 백색과 옅은 하늘색에 맞췄고, 깔끔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CG로 전체 디자인을 구성했다. 그리고 연상 여성에게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송중기의 특성도 잘 활용한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송중기 편 개별 캐치프레이즈인 “갓 짜낸 신선함을 원한다면” 역시 송중기 이미지와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스물일곱, 스타덤에 오른 지 이제 막 2년여가 지난 송중기 커리어는 그야말로 “갓 짜낸” 듯한 느낌이다. “신선함”이 확 느껴지는 막 떠오르는 신예다. 대중인식 상으로 이미지가 하나로 통일되는 느낌을 준다.

반론이 있을 법하다. ‘서울우유 제조일자 시리즈’ 작동원리도 알고 보니 꽤나 단순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만드느냐’는 사실상 뒷전이고, 오히려 ‘누구를 캐스팅하느냐’ 단계만 신경 쓰면 되지 않느냐는 것. 나머지는 그저 캐스팅된 출연자에게 맞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오히려 만들기 쉬운 광고가 아니냐는 반론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아무리 시기적절한 캐스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이미지를 최대한 살린다는 건 여전히 까다로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그 이미지를 우유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건 더 까다롭다. 그리고 애초 시기적절한 캐스팅이란 것부터가 그리 쉽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이렇듯 꽤나 복잡한 조건하에서 시리즈가 지속되는 만큼, ‘서울우유 제조일자 시리즈’는 의외로 성공률이 늘 높은 게 아니다. 실제로 송중기 편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잊혀진 경우들이 더 많다. 그러나 바로 그런 상황들이 존재하기에 ‘서울우유 제조일자 시리즈’는 계속 시청자들의 흥미를 잡아끄는 구석이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주간 미디어워치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