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기억하는가. 1984년에 발표된 ‘USA for Africa’라는 밴드의 불후의 명곡을. 마이클 잭슨 등 수십 명의 전설적인 뮤지션이 참여했고 스티비 원더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주고받는 후렴구가 압권이었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맙소사, 이것은 잘 만들어진 ‘음악’에 그치지 않았다. 내 영혼에 새로운 ‘감정’의 영토를 개척했다. 나는 믿는다, 인류의 절반이 아티스트라고. 나도 예외가 아니다. 비록 현재는 생활인의 기질이 예술인의 기질을 압도하고 있지만, 특유의 화수분 같은 감정선을 마음먹고 절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혹시 모를 일이다.

몇 시간 후, 나의 감정이 크게 휘청일 것을 예고한다. 즐겨 듣는 라디오의 중간 삽입곡으로 또 하나의 명곡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소울의 대부이자 천재 보컬리스트, 마빈 게이(Marvin Gaye)의 ‘와츠 고잉 온(What’s Going On)’이라는 곡이다. 오늘도 나는 레전드급 아티스트를 꿈꾼다. 거짓이 아니다. 이 말을 명심하라, ‘꿈 앞에 장사 없다.’

평범한 생활인이여, 이제부터 ‘꿈을 이루기 위한 기본자세’를 취하자. 다소 맹목적이어도 좋다. ‘가능성을 신봉하라.’ 생각만해도 배불러 본전이 되는 아름다운 일석이조의 지혜를 잊지 말자.

◆브랜드가 약속해 온 ‘가능성’

모든 경제 주체는 생산 활동을 위해 남들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여태껏 고객의 ‘꿈’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온 광고들을 살펴보자. 기존의 광고들이 취해온 ‘기본자세’는 무엇일까. 아쉽게도 ‘꿈’ 그리고 ‘가능성’을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능성 워딩(자구)’ 정도였다. 2가지 예를 들어보자. 조금은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먼저,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다. ‘가능성은 무한하니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가 응원하겠습니다’ 처럼, 내가 꿈꾸면 브랜드가 응원하고, 꿈이 이뤄지면 브랜드는 박수를 보낸다는 식이다. 그 속에서 ‘고객의 꿈’은 간혹 ‘브랜드’로 대표되기도 하지만, ‘고객이 신봉하는 가능성’과 ‘고객이 욕망하는 브랜드’는 결코 동일선상에 놓여지지 않는다. 브랜드는 책임질 일을 떠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시도들도 있었다. 브랜드가 직접 나서서,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고객마저 체감하지 못했던 ‘브랜드가 만들어준 당신의 성장 가능성’이라는 신개념을 발굴해 낸 것이다. ‘가능성’의 실체를 고객의 눈앞에 데려다 놓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이기는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거북스럽다. 이런 ‘기본자세’는 최신 전자제품, 스마트폰, 기타 IT 디바이스 등의 광고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내가, 너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열어주리라’라는 식이다. 맙소사, 브랜드의 자신감이 고객의 자존감보다 앞서도 너무 앞섰다.


◆일관된 메시지로 사람과 기술의 생태계를 그리다

“사람은 꿈꾸고 기술은 이룹니다. 사람에서 기술로, 다시 사람으로, 가능성의 릴레이, SK telecom.”

역시 빠르다. 통신업계의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이 진화했다. SK텔레콤의 ‘가능성의 릴레이’편 광고가 주인공이다. ‘고객의 꿈’과 ‘브랜드의 가능성’이라는 마케팅 세계에서 꽤나 철학적 논쟁의 대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봤다. ‘고객(사람)’과 ‘브랜드(기술)’가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상생해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새롭다. 멀리 봤다. 빨랐다. 하지만 광고 커뮤니케이션의 달변만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SK텔레콤이 꾸준히 던져왔던 메시지의 축적 때문일 것이다.

‘사람을 향합니다’부터 ‘사람은 꿈꾸고 기술은 이룹니다’까지 이어온 광고 철학의 ‘릴레이’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기술이 사람을 향한 이후부터, 사람과 기술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좋아진 점과 나빠진 점을 모두 돌아보고, 앞선 기술 이후 우리 삶의 모습을 그려보는 브랜딩 광고의 일관성 있는 자세가 커뮤니케이션의 진정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늘 꿈을 꾸며 살아간다. 마케팅적 세계관에서 늘 꿈을 꾸는 우리의 이름은 ‘고객’이다. 터치 한 번에 기술이 사람을 리드해버리는 위험한 행복 메커니즘의 시대, 우리가 바라는 메시지의 중심은 브랜드가 아니다. 사람이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늘 그렇다. 그래서 가능성의 릴레이가 좋다. 사람에서 기술로, 다시 사람으로.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생태계의 선순환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유장선 <광고칼럼니스트 (주)엠포스 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