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를 모델로 한 스마트TV 광고에 이어 새롭게 시작한 후속 캠페인 광고(아빠편, 엄마편, 숙모편, 삼촌편, 할아버지편 등)는 스마트 패밀리를 컨셉트로 제작되었다. 거기에는 뉴미디어가 있고, 미래의 비전, 교육적 효과가 동시에 들어가 있다.

새 광고 시리즈는 모두 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마도 추수감사절 같은 날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칠면조 요리를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삼촌도 있고 숙모도, 할아버지도 있다. 이제 이 시리즈 광고는 이 각각의 가족 구성원들이 갖게 될 ‘놀라운 능력’들을 하나하나 설명할 참이다. 이 스마트 TV는 과연 아빠에게, 엄마에게, 숙모에게 어떤 놀라운 능력을 갖게 할 것인가.


“엄마에게 놀라운 능력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엄마편’에서 엄마는 피곤한 얼굴로 집에 돌아온다. 엄마는 일하다 들어온 듯 서류철과 가방을 메고, 퇴근하면서 쇼핑을 해온 듯한 한 다발 식재료들을 잔뜩 안고 있다. 그런데 엄마의 입이 쩍 벌어진다. 마룻바닥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아이, 소파를 뛰어넘으며 칼싸움을 하는 아이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강아지 등이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썽꾸러기들을 천사로 바꾸는 능력이죠’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면서 엄마의 살짝 짓는 미소가 보인다. 거짓말처럼 그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소파 앞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TV를 보고 있다. 경쾌한 음악이 깔리며 TV의 콘텐츠가 소개된다. ‘뽀로로부터 캐니멀까지 다 불러내주고 가끔 칭찬 스티커도 팍팍 날려주는 키즈 콘텐츠’가 엄마의 놀라운 능력이자 이 스마트 TV가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이 단순함 속에는 전 세계 어느 가족이라도 똑같이 공감할 만한 보편성이 들어가 있다. 아이들은 뛰어놀기 좋아하고, 온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일쑤이기 때문에 엄마들은 피곤하다.

그런데 스마트TV의 키즈 콘텐츠는 아이들의 시선을 쏙 잡아끄는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하여금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천사(엄마의 입장에서)’로 바꿔준다. 스마트TV의 원하면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활용과 아이용으로 구획된 콘텐츠들이 주는 편리함이 이 광고 속에는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TV의 콘텐츠에 의해 바뀌어진 일상이다.

이 시리즈 광고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끄집어 내 보여준 후에 스마트TV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제시한다. ‘엄마편’에서 키즈 콘텐츠를 소개했다면, ‘아빠편’에서는 이른바 ‘패밀리스토리’라는 콘텐츠를 소개한다. 이 콘텐츠는 아마도 가족들의 관심사와 근황을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보이는데, 아빠가 그것을 보고는 가족들 모르게 딸과 아내가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을 준비한다.

한편 ‘숙모편’에서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다이어트 피트니스 동영상이 등장한다. 스마트TV의 가상 거울(Virtual Mirror) 기능을 통해 삼촌의 뱃살을 빼주는 숙모의 놀라운 능력이다. 결국 이 시리즈 광고는 육아와 가족애, 그리고 다이어트라는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보편적인 소재들을 활용했다.

‘삼촌편’에서는 3D콘텐츠를 통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생생하게 불러오는 능력을, ‘할아버지편’에서는 ‘에볼루션 키트’를 장착해서 헌 스마트TV도 새것처럼 신형TV로 바꿀 수 있는 진화의 능력을 보여준다.

이 소재의 보편성에는 다분히 삼성의 스마트TV 전략이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글로벌한 것이라는 뉘앙스가 들어가 있다. 굳이 우리나라 사람이나 연예인이 아니라 외국인 가족을 모델로 한 것도 그런 의미다. 우리가 외국인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보편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