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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104년만의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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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
    “하늘은 무심했다. 매일 아침 불덩이 같은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괴롭고 힘겨워하는 땅에 온종일 뜨거운 볕을 쏟아부었다. 일을 할 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은 낮에는 말없이 김을 매고, 밤이 되면 잔뜩 절망한 얼굴로 하늘에 구름이 한 점이라도 있는지 눈이 빠지게 쳐다보았다.”(이미륵《압록강은 흐른다》)

    농경사회에서 가뭄은 그토록 치명적이다.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것은 어린 자식이 열병 앓는 것만큼이나 못 견딜 일이었다.

    유목사회에서도 가뭄은 곧 생존의 문제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몽골에서 산발적인 가뭄을 ‘강(Gan)’, 가뭄에 추위가 겹친 겨울 재앙은 ‘조드(Dzud)’라고 부른다. 작가 김형수는 칭기즈칸 시대 몽골을 그린 《조드-가난한 성자들》의 후기에 이렇게 썼다. “지구가 힘들면 물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가뭄과 추위도 화를 낸다. 그것이 대지를 정화하고 사막화를 막으며 지상의 생명체들로 하여금 새로운 내성을 갖도록 촉구한다. 인간은 문명을 강화해 그런 시련과 대면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자연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뭄이 들 때 신기한 것은 호수나 연못이 바닥을 드러내더라도 다시 물이 차면 물고기가 되살아난다는 점이다. 바닥 진흙 속으로 파고들어가 곰이 겨울잠 자듯, 가뭄잠을 자며 연명하는 물고기들이 있다고 한다. 생명이란 게 이렇듯 질긴가 보다.

    물이 넘쳐도 걱정이지만 앞으론 모자라거나 강우량의 계절 편차가 커지는 게 문제다. 2004년 공개된 미국 국방부의 비밀보고서에선 2010~2020년 최악의 기후변화를 예고했다. 따라서 앞으로 인간의 갈등과 전쟁이 종교, 이념, 민족적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에 의해 야기된다는 것이다. 이미 나일강, 도나우강, 아마존강 등에선 물 분쟁이 위험수위다.

    우리나라도 작년 집중호우가 오더니 올해는 중부지역 가뭄으로 난리다. 최근 50일간 서울 강수량이 10.6㎜에 그쳐 평년치(173.9㎜)의 6%에 불과했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래 104년 만에 최악이다. 수량이 풍부하던 산정호수가 바닥을 드러냈고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는 저수율이 40%대로 떨어졌을 정도다.

    가뭄이 극심해지자 4대강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왜 가뭄을 해소하지 못하느냐고 비난하고, 정부는 천수답 외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선다. 주말까진 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보인데, 또 편 갈라 싸우니 괜히 더 더워지는 느낌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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