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1일 오후 4시51분 보도


정상영 KCC 명예회장(76)이 보유하고 있던 KCC 지분 52만6000주를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해외 기관투자가들에 매각했다. 이로써 정 명예회장의 KCC 지분율은 10%에서 5%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장남인 정몽진 KCC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마무리지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장남 중심의 지배구조 구축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전날 장 마감 뒤 보유 중이던 KCC 지분 105만2000주(10%) 가운데 절반인 52만6000주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했다. 대부분 아시아지역 투자가들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평균 매각 단가는 주당 30만1000원으로 전날 종가 대비 0.99%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총 매각 규모는 1583억원이다. 전날 KCC 주가는 30만4000원으로 마감,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으로 30만원대를 회복했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KCC 지배구조 변화에 쏠렸다. KCC는 정 명예회장의 세 아들이 31.86%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 중 최대주주는 17.76%의 지분을 보유한 장남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다. 차남 정몽익 KCC 사장은 8.81%, 3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은 5.29%를 각각 보유 중이다.

시장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지분을 아들 중 한 명에게 몰아주지 않고, 해외 투자가에게 매각한 점을 들어 장남 중심의 지배구조를 매듭지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매각 가능성

정 명예회장은 2000년대 초반 지분을 잇따라 세 아들에게 증여하다가 2004년 4월 최대주주가 정 회장으로 바뀐 이후 10%의 지분율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10%의 지분을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뒀던 것. 지분 10%를 지렛대로 형제 간 경쟁을 유도한 셈이다.

정 명예회장은 이후 고령에도 불구하고 폴리실리콘 사업 중단과 삼성 에버랜드 지분(17%) 매입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동안 시장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지분 10%를 과연 누구에게 넘길 것인지에 관심을 둬왔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정 명예회장은 남은 지분 5%를 누구에게 주든 지배구조를 크게 바꾸기 어렵게 됐다. 시장은 정 명예회장이 지분 매각과 함께 경영 자문 역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KCC그룹 측은 지분 매각 배경과 매각대금 사용처 등에 대해 “정 명예회장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영효/박수진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