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빅4’ 회계법인에 미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거부할 경우 SEC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SEC는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PwC KPMG 등 4곳에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자료를 요구했다. 이 중 딜로이트 상하이법인은 롱톱파이낸셜이라는 중국 회사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가 SEC로부터 미 증권법 위반혐의로 제소를 당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중국 내 다른 회계법인들도 SEC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를 받았다”며 “이들이 딜로이트와 같은 운명에 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PwC 관계자는 “SEC가 자료를 요청했다”고 확인해줬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SEC가 수차례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 자료를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SEC가 이들 회계법인에 회계자료를 요구한 것은 지난해 미국 투자펀드와 리서치업체들이 미 증시에 상장된 일부 중국 기업들이 분식회계를 했다며 고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조사에 나선 SEC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에 이들 기업의 회계자료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딜로이트에 관련 기업의 자료를 요구했다가 “중국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또다시 거절당하자 이 회사를 고발하고 다른 회계법인에도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증감위도 회계법인들이 자국 기업에 대한 회계자료를 외국 정부에 건네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미·중 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