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집단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에 사무국을 둔 자치단체장 친목모임 ‘목민관클럽’ 소속 기초단체장들이다. 이들은 지난 13일 한국에서 출발해 오는 24일까지 브라질에 머무는데 공식 일정 중 눈에 띄는 것은 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ICLEI) 총회에 참석하는 정도이고 나머지는 대학 식물원 공원 등 방문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행사를 주도한 희망제작소 측도 일정의 많은 부분이 도시견학 등 일반연수라는 점을 인정할 정도다. 각국 지자체의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한국 지자체의 모범사례를 설명한다고 했던 출장 명분이 무색하기만 하다.

지자체장들의 해외 시찰을 무조건 싸잡아 탓할 수는 없다. 공식 업무나 교류확대 차원에서 필요한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친목모임 소속 단체장들이 한꺼번에 몰려간 것이나 11박 12일의 일정을 보더라도 외유성 출장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더욱이 지방세로 공무원 봉급조차 못 줄 정도로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장들이 16명 가운데 6명이나 된다. 여기에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성남시장도 포함돼 있다. 1인당 경비가 750만원으로 수행원까지 따라가는 행차여서 이를 합치면 최소 4억원이나 든다고 한다. 이런 출장을 눈치 안 보고 떠나는 지자체장들의 강심장이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문제의 ‘목민관클럽’ 지자체장들이 ICLEI 참석을 핑계로 브라질에서 단합대회를 갖고 있다는 의혹도 일각에선 제기하고 있다. 2010년 9월 창립된 목민관클럽은 총 54명의 기초·광역자치단체장으로 구성돼 있다. 2개월에 한 번씩 포럼을 여는데 멤버 대부분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 소속이다.

전체 지자체 가운데 자체 세수로 공무원 월급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 게다가 지금은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라며 나라 안팎이 뒤숭숭한 시기다. 마른행주를 쥐어 짜도 모자랄 판인데 단체장들이 해외로 우루루 몰려다닌다. 실컷 구경을 하는 동안 비어가는 곳간도 머리에 떠올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