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앨런 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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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애플의 로고는 한입 베어먹은 사과다. 영국의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이 자살하면서 독을 묻혀 먹은 사과를 묘사했다는 설이 돌았다. 스티브 잡스는 전기에서 부인했다지만 그가 가장 존경했던 사람 중의 하나가 튜링이었다는 데서 나온 추론이었을 게다. 당시 튜링이 먹은 사과가 매킨토시종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든 튜링과 잡스는 모두 기계에 인간의 지능과 사고를 담으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가 튜링이 만든 기계장치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런던에서 태어난 튜링은 일찌감치 천재성을 발휘해 케임브리지판 고대사 20권을 암송할 정도였다. 그의 천재성은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뒤 영국 정부에서 독일군 암호를 푸는 작업 팀장을 맡으면서도 나타났다. 독일 해군 U보트의 암호 통신을 완벽하게 해독해내 연합군의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케임브리지대 수학과에서 교수로 일할 때는 세계 최초로 프로그램이 가능한 전자계산기 ‘콜로서스’를 개발했고 음성을 암호화하는 기술도 만들었다.
튜링의 천재성은 무엇보다 생각하는 기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데서 드러난다. 인간의 지능을 갖는 기계는 철학자들의 오랜 숙제였다. 특히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쇼펜하우어 등 독일 관념철학자들이 기계에 사고 능력을 부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튜링은 인간의 논리적 사고에 바탕을 둔 알고리즘의 개념을 만들고 인공지능(AI)의 세계를 열면서 기계에 지능을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편치 않았다. 동성애자였던 탓이다. 당시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했던 영국 정부에 의해 화학적 거세를 당했으며 여성 호르몬까지 주입받는 수모를 겪었다. 그로 인해 그의 업적도 대부분 파묻혀버렸다. 튜링은 극단적인 수치심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독이 묻은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불과 42세 때였다. 영국 정부는 2009년에 와서야 “그에 대한 정부의 처사는 부당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오는 23일은 튜링이 탄생한 지 100돌이 되는 날이다. 그를 추모하는 기념 행사가 세계 각국에서 열리고 영국 정부도 기념 우표를 발행한다고 한다. 한국도 KAIST에서 22일 기념 학술대회를 갖는다. 지능을 가진 기계를 통해 인간을 더 폭넓고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튜링. 살아 있을 당시 빛을 보지 못했던 이런 비운의 천재도 결국 재조명되는 것이 역사인 모양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컴퓨터가 튜링이 만든 기계장치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런던에서 태어난 튜링은 일찌감치 천재성을 발휘해 케임브리지판 고대사 20권을 암송할 정도였다. 그의 천재성은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뒤 영국 정부에서 독일군 암호를 푸는 작업 팀장을 맡으면서도 나타났다. 독일 해군 U보트의 암호 통신을 완벽하게 해독해내 연합군의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케임브리지대 수학과에서 교수로 일할 때는 세계 최초로 프로그램이 가능한 전자계산기 ‘콜로서스’를 개발했고 음성을 암호화하는 기술도 만들었다.
튜링의 천재성은 무엇보다 생각하는 기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데서 드러난다. 인간의 지능을 갖는 기계는 철학자들의 오랜 숙제였다. 특히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쇼펜하우어 등 독일 관념철학자들이 기계에 사고 능력을 부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튜링은 인간의 논리적 사고에 바탕을 둔 알고리즘의 개념을 만들고 인공지능(AI)의 세계를 열면서 기계에 지능을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편치 않았다. 동성애자였던 탓이다. 당시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했던 영국 정부에 의해 화학적 거세를 당했으며 여성 호르몬까지 주입받는 수모를 겪었다. 그로 인해 그의 업적도 대부분 파묻혀버렸다. 튜링은 극단적인 수치심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독이 묻은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불과 42세 때였다. 영국 정부는 2009년에 와서야 “그에 대한 정부의 처사는 부당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오는 23일은 튜링이 탄생한 지 100돌이 되는 날이다. 그를 추모하는 기념 행사가 세계 각국에서 열리고 영국 정부도 기념 우표를 발행한다고 한다. 한국도 KAIST에서 22일 기념 학술대회를 갖는다. 지능을 가진 기계를 통해 인간을 더 폭넓고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튜링. 살아 있을 당시 빛을 보지 못했던 이런 비운의 천재도 결국 재조명되는 것이 역사인 모양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