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이드라인 충족하고 리스크 낮기 때문

시중은행들이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적격대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나, NH농협, 씨티, 스탠다드앤드차타드(SC)가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IBK기업, KB국민, 신한, 우리, 외환 등도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장기고정금리 모기지론을 내놓은 곳은 NH농협은행이다.

최장 30년간 고정 금리를 적용해 금리 상승 때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을 18일부터 판매했다.

이 상품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단독주택을 담보로 누구나 대출할 수 있으며, 대출 기간은 10∼30년 범위에서 1년 단위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금리는 30년 4.83%, 20년 4.78%, 15년 4.73%, 10년 4.68%이다.

원리금 균등 방식으로 상환하고 거치기간은 5년 이내로 설정할 수 있다.

거치기간 없이 할부로 갚으면 0.1%p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이 적격대출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종합대책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데다 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출시한 적격대출 실적이 100여일만에 1조3천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품을 내놓은 SC은행은 3개월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대출금리는 대출기간(10~30년)을 기준으로 연 4.33~4.63%다.

기존 고정ㆍ변동금리 상품보다 0.3~0.5%포인트 낮은 게 인기 비결이다.

적격대출이란 유동화에 적합하도록 주택금융공사가 정한 대출조건을 갖춘 주택담보대출이다.

대출조건은 채무자 신용등급 9등급 이하와 대출금 5억원 이내, 담보주택 9억원 이내 등이다.

이 조건에 맞으면 고정금리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유동화는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넘겨받아 주택저당증권(MBS) 형태로 만들어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택금융공사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유동화를 추진한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시중은행이 취급한 적격대출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총 3천684억원 규모의 MBS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은행으로서는 이러한 MBS를 발판으로 적격대출을 하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없다.

고정금리대출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도 매력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도 충족한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의 고정금리부대출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2016년까지 30%로 높일 것을 주문한 상태다.

수익이 작은 것은 단점이다.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채권을 팔아 보통 1%대의 예대 마진을 얻지만 적격대출은 대출 관리 수수료를 받아 0.75~0.85% 정도의 수익만 챙긴다.

박리다매인 셈이다.

주택금융공사는 하반기에는 적격대출 취급 은행을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들 금융기관을 통해 적격대출에 필요한 3조~5조원을 공급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이달부터 국내 은행에 적격대출 자금을 본격적으로 공급하면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적격대출 취급 확대가 가계부채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