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슈퍼쿨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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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올해는 쿨비즈에서 한 단계 더 나간 슈퍼쿨비즈(super cool biz)가 등장했다. 상의는 와이셔츠가 아닌 폴로형 셔츠나 하와이안 셔츠, 하의는 양복바지가 아닌 반바지, 신발은 구두가 아닌 샌들이나 캐주얼화를 착용하는 복장이다. 서울시가 6월부터 8월까지 공무원들에게 이를 허용했고 충청남도 역시 도입키로 했다. 슈퍼쿨비즈도 일본에서 시작됐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처음 이를 시행했고 올 여름에도 많은 직장에서 권하고 있다.
서울시에 이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슈퍼쿨비즈를 두고 논란도 많다. 우리나라도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 위기를 겪은 만큼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적극 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공무원 복장으로는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찬성하는 측은 활동하는 데 편하고 시원하면 결과적으로 일의 능률도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격식이나 품위보다는 실용이 더 중요하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복장은 어떤 형태로든 근무 자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는 쪽도 적지 않다. 각종 제복이 존재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아무 옷이나 입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재판정의 판사가 권위를 풍기는 검정색 법복을 입는 것처럼 공무 수행에는 최소한의 품위 유지가 필요한데 다리털에 발가락까지 드러난 반바지에 샌들은 아니라는 얘기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만큼 선뜻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슈퍼쿨비즈든, 지식경제부가 들고 나온 쿨비즈의 일종인 ‘휘들옷’이든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죄다 달갑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쿨비즈 패션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국무회의장에는 휘들옷을 입은 장관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반바지가 어색하고 수십만원대 휘들옷의 가격에 놀란 공무원들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에너지도 아끼고 시원하게 지내자는 쿨비즈 바람이 이들에겐 오히려 덥게 느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