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2차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구제금융 합의안 파기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를 사이에 두고 벼랑끝 전술을 펼 가능성이 높다.”(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

17일 그리스 총선을 앞두고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그리스 선거와 유로의 미래’란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급진좌파연합이 이길 경우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즉 ‘트로이카’가 그리스를 다루는 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진좌파 승리시 ‘그렉시트’ 가능성

라이트 연구위원은 “시리자가 선거에서 이기면 유로존 탈퇴라는 핵폭탄 테러로 독일을 위협하면서 공멸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EU ECB IMF 등의 치밀한 공조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은 포르투갈 등 다른 위험국가에 도미노 영향을 불러오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유럽의 혹독한 경기불황과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 그리고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스먼드 래크만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위원은 “시리자의 승리는 ‘그렉시트(Greece+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무는 기간은 길어야 3~6개월”이라고 점쳤다.

더글러스 엘리엇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판세로 보면 신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조금 높은 것 같다”며 “신민주당은 유럽 당국자들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리자가 승리하면 협상 가능성이 희박하고 그리스는 곧바로 자금부족 상황에 빠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주(駐) 그리스 미국 대사 출신인 대니얼 스펙하드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대다수 그리스 사람들은 유로존에 남기를 바란다”며 “드라크마(그리스 옛 통화)로 돌아가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 국민들이 시리자를 지지하는 것은 재정위기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이기든 근본문제 해결은 어려워”

케말 더비슈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그리스의 근본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비슈 부소장은 “그리스 위기는 과거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겪었던 위기와 본질적으로 다른 만큼 해결책도 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터키를 비롯해 외환위기를 겪었던 이머징국가들은 환율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확대하면서 2~3년 만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지만 유로존에 묶여 있는 그리스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비슈 부소장은 “ECB가 통화정책을 컨트롤하고 있는 유로존 국가에서 과도한 재정긴축을 하면 경제가 더 위축될 수 있다”며 “수요확대를 위해 성장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스의 최대 문제인 세금징수 제도와 노동시장 개혁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스펙하드 연구위원은 “정치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다”며 “경제회복에 앞서 정치 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