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때부터 지방대 출신 채용 비율을 현재 25~27%에서 35%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올해 신입사원을 9000명가량 선발할 계획임을 감안한다면 3200명 정도의 지방대 출신이 삼성맨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이미 1995년부터 출신 대학을 고려하지 않는 ‘열린 채용’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삼성이다. 이번 조치가 삼성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글로벌 경쟁력의 바탕엔 바로 인재 경쟁력이 있다고 자랑하는 삼성이다. 삼성의 인재상은 물론 강인한 의지와 도전 정신이다. 일본 기업들이 그토록 삼성 모델을 본받으려 해도 되지 않는다는 삼성의 핵심역량이 바로 이 정신이다. 이 도전 정신으로 삼성맨들은 5대양 6대주를 누볐으며 밤새 실험실에서 연구개발에 몰두해왔다. 이런 삼성에서 지방대와 서울소재 대학들을 구분하고 차별을 둔다는 것이 이상하다. 오히려 지방대생들에게 헝그리 정신이 더욱 투철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삼성 내부의 평가다. 조직에 대한 충직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는 소위 일류대를 나왔다고 교만에 빠져 절차탁마의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한다. 또 실력을 연마했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며 스스로 열등감에 빠져있는 사람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이분법은 닫힌 사회를 만들고 지역 불균형을 낳으며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는 큰 질병을 만들어 낸다. 또 그런 틀 속에서는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아닌 사회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나약한 인간상만 키우게 된다.

대졸 인력의 최종 수요처인 기업이 직접 움직이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잘못된 흐름을 끊자는 것일 테다. 물론 비뚤어진 교육 구조와 사회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기업의 고유한 사명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와 사회가 제대로 나서지 않기에 기업이 나서는 것이다. 삼성의 시도가 다른 대기업에도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