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담임과 면담한 엄마 '충격' 당장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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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엄마가 자녀의 친구를 만들어 주는 시대다.
이런 특징은 자녀가 유치원때까지만해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절실히 체감하게 된다.
전업맘들은 아무래도 학교에서 그들끼리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유대가 깊어지고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쌓게된다. 서울시내 학교 한반 정원은 20여명 되는데 직장맘들의 아이들은 전업맘들의 자녀와 어울릴 기회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 밖에 없다.
보통 초등학교 1학년생은 12시 30분쯤이 하교시간이다. 방과후 학습이 있는날에도 3시 30분쯤이면 대다수 아이들이 집으로 간다.
종일반 유치원에 보내던 직장맘에게는 버거운 하교시간이 아닐 수 없다. 직장을 관두던가 아니면 도우미를 쓰든 부모님의 도움을 받든 결정을 해야하는 시기다.
아이를 픽업한 전업맘들은 서로의 집에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학교활동에 대한 의논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다보면 전업맘들의 자녀들은 자주 놀게되는 그들끼리 친구사이가 형성된다. 아이들 과외활동이나 특기수업도 모여서 준비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달 13년간 다녔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전업맘으로 전향한 A씨(39)씨를 만나서 그간의 고충을 들어봤다.
A씨는 현재 초등학교 1학년, 5살 두 딸을 두고 있었다.
직장맘들이 흔히 그렇듯 야근은 일주일에 1~2회 했고 출근시간이 이른 탓에 아침에도 아이를 보는 날이 많지 않았다.
A씨는 "회사와 집이 너무 멀어서 아침 7시 15분에 나가고 칼퇴근하고 집에 오면 7시 50분. 저녁 식사하고 아이들 씻기고 나면 어느새 9시. 준비물 챙기고 받아쓰기 봐주고 그림일기 쓰다보면 11시를 훌쩍 넘기기 십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막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에게 숙제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 문제는 아이 숙제가 아니고 대부분 엄마 숙제라는 점이다. 상황극 대사를 외워간다든지 소품을 만든다든지 아이 혼자 할 수 없는게 대부분이었다.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데 일찍 퇴근하지 못하는 날은 아이 숙제도 그나마 봐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받아쓰기 성적도 엉망이었고 숙제를 안해왔다고 아이가 학교에서 혼나는 날도 많아졌다.
학교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아이는 점점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학습에도 여러가지로 지장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사였다.
학교에 불려간 A씨는 담임교사로부터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특히 친구가 없는것 같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 폴리스나 도서 도우미 등 어머니들의 활동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다보니 고민을 토로할만한 반친구 엄마도 없었다.
반대표 엄마에게 연락해서 한달에 한번정도 월차 쓰고 청소를 해주는 것도 직장에는 이만저만 눈치보이는 것이 아니었던지라 그 외의 만남 자체를 가질 수 없었던 것.
우연히 듣게된 같은반 친구 B군의 경우는 더 심했다. 부모가 이혼하고 아빠와 함께 사는 B군은 평소 도우미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 숙제를 봐주는걸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장 많이 매를 맞는 아이였다는 것.
그 소식을 듣자 일에 몰두할수도 없었고 자신으로 인해 아이도 그 친구처럼 매일 맞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A씨는 매일 울며 출근하다가 결국 아이 양육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원어민 영어, 바이올린, 체육수업, 논술사고학습, 한자공부, 미술학원 등 현재 시키고 있는 사교육비만도 130만원에 달하고 있었지만 퇴사후 비용충당을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
A씨는 "일 그만두고 애들이랑 딱 붙어 지내며 돌봤더니 아이 성격이 많이 밝아지고 학습성적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사표를 내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바로 아이의 학교. 그동안 소홀했던 어머니 폴리스, 교실청소 등의 활동을 하며 전업맘 모임에 합류해 아이에게 많은 친구를 만들어줬음은 물론이다.
A씨는 "아이가 반친구 생일잔치에 초대돼 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직장맘들에게 가장 고민이 되는 시기는 아무래도 초등학교 입학때다.
아직은 어리기만 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안심이 안되는데다 마음만큼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보니 심적갈등이 심하기 때문이다.
정부 해당부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현실이 계속되는한 이같은 일은 계속될 것이다.
초등학생 숙제가 얼마나 많았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숙제를 덜내게 하라"고 ‘특별 지시’까지 내렸을까.
지금도 수많은 직장맘들은 일과 양육 저울질을 해가며 힘겨운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효율적 방안이 모색돼야 여성의 생애 노동주기는 취업중단없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자녀돌봄지원정책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요구를 파악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이런 특징은 자녀가 유치원때까지만해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절실히 체감하게 된다.
전업맘들은 아무래도 학교에서 그들끼리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유대가 깊어지고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쌓게된다. 서울시내 학교 한반 정원은 20여명 되는데 직장맘들의 아이들은 전업맘들의 자녀와 어울릴 기회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 밖에 없다.
보통 초등학교 1학년생은 12시 30분쯤이 하교시간이다. 방과후 학습이 있는날에도 3시 30분쯤이면 대다수 아이들이 집으로 간다.
종일반 유치원에 보내던 직장맘에게는 버거운 하교시간이 아닐 수 없다. 직장을 관두던가 아니면 도우미를 쓰든 부모님의 도움을 받든 결정을 해야하는 시기다.
아이를 픽업한 전업맘들은 서로의 집에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학교활동에 대한 의논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다보면 전업맘들의 자녀들은 자주 놀게되는 그들끼리 친구사이가 형성된다. 아이들 과외활동이나 특기수업도 모여서 준비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달 13년간 다녔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전업맘으로 전향한 A씨(39)씨를 만나서 그간의 고충을 들어봤다.
A씨는 현재 초등학교 1학년, 5살 두 딸을 두고 있었다.
직장맘들이 흔히 그렇듯 야근은 일주일에 1~2회 했고 출근시간이 이른 탓에 아침에도 아이를 보는 날이 많지 않았다.
A씨는 "회사와 집이 너무 멀어서 아침 7시 15분에 나가고 칼퇴근하고 집에 오면 7시 50분. 저녁 식사하고 아이들 씻기고 나면 어느새 9시. 준비물 챙기고 받아쓰기 봐주고 그림일기 쓰다보면 11시를 훌쩍 넘기기 십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막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에게 숙제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 문제는 아이 숙제가 아니고 대부분 엄마 숙제라는 점이다. 상황극 대사를 외워간다든지 소품을 만든다든지 아이 혼자 할 수 없는게 대부분이었다.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데 일찍 퇴근하지 못하는 날은 아이 숙제도 그나마 봐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받아쓰기 성적도 엉망이었고 숙제를 안해왔다고 아이가 학교에서 혼나는 날도 많아졌다.
학교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아이는 점점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학습에도 여러가지로 지장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사였다.
학교에 불려간 A씨는 담임교사로부터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특히 친구가 없는것 같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 폴리스나 도서 도우미 등 어머니들의 활동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다보니 고민을 토로할만한 반친구 엄마도 없었다.
반대표 엄마에게 연락해서 한달에 한번정도 월차 쓰고 청소를 해주는 것도 직장에는 이만저만 눈치보이는 것이 아니었던지라 그 외의 만남 자체를 가질 수 없었던 것.
우연히 듣게된 같은반 친구 B군의 경우는 더 심했다. 부모가 이혼하고 아빠와 함께 사는 B군은 평소 도우미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 숙제를 봐주는걸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장 많이 매를 맞는 아이였다는 것.
그 소식을 듣자 일에 몰두할수도 없었고 자신으로 인해 아이도 그 친구처럼 매일 맞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A씨는 매일 울며 출근하다가 결국 아이 양육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원어민 영어, 바이올린, 체육수업, 논술사고학습, 한자공부, 미술학원 등 현재 시키고 있는 사교육비만도 130만원에 달하고 있었지만 퇴사후 비용충당을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
A씨는 "일 그만두고 애들이랑 딱 붙어 지내며 돌봤더니 아이 성격이 많이 밝아지고 학습성적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사표를 내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바로 아이의 학교. 그동안 소홀했던 어머니 폴리스, 교실청소 등의 활동을 하며 전업맘 모임에 합류해 아이에게 많은 친구를 만들어줬음은 물론이다.
A씨는 "아이가 반친구 생일잔치에 초대돼 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직장맘들에게 가장 고민이 되는 시기는 아무래도 초등학교 입학때다.
아직은 어리기만 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안심이 안되는데다 마음만큼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보니 심적갈등이 심하기 때문이다.
정부 해당부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현실이 계속되는한 이같은 일은 계속될 것이다.
초등학생 숙제가 얼마나 많았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숙제를 덜내게 하라"고 ‘특별 지시’까지 내렸을까.
지금도 수많은 직장맘들은 일과 양육 저울질을 해가며 힘겨운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효율적 방안이 모색돼야 여성의 생애 노동주기는 취업중단없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자녀돌봄지원정책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요구를 파악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