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내 증시는 지난주부터 지속된 '안도랠리'를 끝마치고, 닷새 만에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반짝 효과'에 그치며 오히려 회의론이 급부상, 글로벌 증시를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날 1870선에 바짝 다가섰던 코스피지수도 최근 지지선으로 지목된 1850선을 또 다시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미국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장막판 스페인의 은행 구제금융에 대한 안도감이 급격히 회의론으로 바뀌며 1% 이상 급락 마감했다.

이번 구제금융은 사실상 '미봉책'에 불과하고, 결국 스페인의 경기 회복에 별다른 역할을 해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는 이미 전염돼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역시 후속 문제로 급부상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오는 17일 예정된 그리스의 재총선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주말보다 1.14% 떨어진 1만2411.23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26% 내린 1308.93으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가장 큰 폭의 낙폭을 보이며 1.70% 떨어졌다.

뉴욕증시보다 먼저 열린 유럽의 주요 증시도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05% 소폭 하락한 5432.37로 장을 마쳤고, 프랑스의 CAC 40 지수도 0.29% 떨어졌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도 장초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0.54% 하락 마감했다. 스페인 이후 위기 국가로 지목된 이탈리아 증시는 3% 가까운 급락세를 연출했다.

유럽증시의 약세는 특히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들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을 키웠기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스페인 국채금리도 급등했다. 이미 채권시장이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스페인 금융위기가 은행권 구제금융만으로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 증시전문가들도 이번 스페인의 구제금융이 유럽 위기의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특히 스페인의 국채금리 등 장기금리의 움직임을 최우선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고 있는 안정기금(EFS/ESM)을 장기적으로 얼마나 더 확충할 것인 지에 대한 방안이 분명치 않고, 반복적인 구제금융을 차단할 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특히 "스페인의 경우 긴축 강제 조항 없이 자금을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기존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와 차별화 된 것"이라며 "유로존 내 합의를 통해 결정됐으나 향후 기존 구제금융 지원 국가들의 긴축을 완화시키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주말 그리스 총선에서 기존 여당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공약에 따라 구제금융 및 긴축 재 논의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스페인 정부가 아닌 은행권 자본확충에 기금이 투입돼 추가 긴축부담은 덜었을 지 몰라도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기"라며 "자칫 스페인을 필두로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가 확대될 수 있고 통화정책 구사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1000억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의 규모도 앞으로 스페인 재정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연결돼 국채매입 참여율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