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회계법인 싸고도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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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증권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기는 2012년도 국가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의 전체 순위는 59개국 중 22위였지만, 회계투명성 부문은 41위에 불과했다. 왜 한국의 회계투명성이 이렇게 뒤떨어져 있는 걸까.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회계 품질관리 감리’ 제도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그 답을 짐작케 한다.
회계품질관리 감리제도는 기업들의 회계처리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금감원이 평가하는 제도다. 회계처리의 품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다.
제도를 도입할 당시 금감원은 회계법인에 대해 내린 개선권고사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하고 있는지는 금감원만 알고 있기로 했다. 대신 ‘추후 적당한 때’ 공개하기로 했다. 제도 도입에 회계법인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무마하기 위해서였다.
제도를 도입한 지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공개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이 내세우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IMD의 회계투명성 평가 순위를 언급하며 “품질관리 감리 결과까지 공개하면 한국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회계업계의 요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정보가 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국제사회 인식 저하에 대한 우려는 큰 반면, 주가에 대한 영향은 미미해 개선권고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런 설명을 납득하지 못한다. 한 주식 투자자는 “그런 이유라면 기업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조치 결과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며 “금감원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회계법인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반문했다.
이 투자자의 지적대로 금감원이 개선권고사항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인 것 같다. 감리 결과를 공개하면 회계법인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회사 관계자는 “증권사에 대한 조치 결과는 모두 공개하면서 회계법인만 싸고 도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피검사 기관의 반발이 두려워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정보 공개를 외면하는 금감원을 투자자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스럽다.
김동윤 증권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회계품질관리 감리제도는 기업들의 회계처리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금감원이 평가하는 제도다. 회계처리의 품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다.
제도를 도입할 당시 금감원은 회계법인에 대해 내린 개선권고사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하고 있는지는 금감원만 알고 있기로 했다. 대신 ‘추후 적당한 때’ 공개하기로 했다. 제도 도입에 회계법인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무마하기 위해서였다.
제도를 도입한 지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공개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이 내세우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IMD의 회계투명성 평가 순위를 언급하며 “품질관리 감리 결과까지 공개하면 한국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회계업계의 요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정보가 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국제사회 인식 저하에 대한 우려는 큰 반면, 주가에 대한 영향은 미미해 개선권고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런 설명을 납득하지 못한다. 한 주식 투자자는 “그런 이유라면 기업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조치 결과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며 “금감원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회계법인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반문했다.
이 투자자의 지적대로 금감원이 개선권고사항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인 것 같다. 감리 결과를 공개하면 회계법인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회사 관계자는 “증권사에 대한 조치 결과는 모두 공개하면서 회계법인만 싸고 도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피검사 기관의 반발이 두려워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정보 공개를 외면하는 금감원을 투자자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스럽다.
김동윤 증권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