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본사도 깜짝 놀라 배우러왔다…두께 3.4㎜ 'K9 카드키' 만든 콘티넨탈
독일 콘티넨탈그룹의 한국 자회사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이하 콘티넨탈)은 지난해 17%의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가 10%대의 영업이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에 비해 이 회사는 5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면 실적이 급격한 상승세다.

덩치를 키우는 대신 기술개발에 집중한 게 성공비결로 꼽힌다. 지난 8일 방문한 경기도 이천시 사음동 공장은 글로벌 회사답지않게 작고 아담했다. 5412㎡(약 1640평) 부지에 생산시설, 파워트레인 연구실, 사무실, 식당 등 3층 높이의 건물 4개동이 모여 있었다. 전체 직원 950명. 교대근무를 감안하면 400여명이 일할 정도다. 선우현 콘티넨탈 사장은 “군더더기없이 간단한 시설을 집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미리 투자하기보다 필요할 때 조금씩 확장하는 게 본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獨 본사도 깜짝 놀라 배우러왔다…두께 3.4㎜ 'K9 카드키' 만든 콘티넨탈
콘티넨탈의 전신은 1987년 미국 벤딕스코퍼레이션과 대성산업이 합작해 설립한 한국벤딕스일렉트로닉스다. 1988년 독일 지멘스에 넘어갔다가 2007년 콘티넨탈그룹이 지멘스로부터 지분을 사들였다.

생산라인에 들어서니 기계마다 3색 신호등과 깃발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운전면허시험장을 연상케 했다. 실시간 작업현황을 표시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총 14개 라인에서 자동차 전기전자장치를 생산한다.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 등을 제어하는 통제장치 ECU, PCU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에 첨단 안전편의사양인 차체자세제어장치(VDC),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에어백이 장착되면서 전장부품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천 공장은 철저한 품질관리로 수익성을 높였다. 문제발생 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복구하기 위해 기계마다 빨간색 정지 버튼을 장착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즉각 생산이 중단된다. 작업자는 일일이 작업현황을 메모판에 스티커로 표시하고 펜으로 기록한다. 게시판에 날짜별, 감독자별 체크 리스트가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적극 반영한다. 2년 전 한 직원의 건의로 컨베이어벨트 자동 공기청소기를 도입해 연간 7000만원을 절약했다. 열처리 테스트 시설도 기존 24m에서 5m로 줄이고 성능은 유지하도록 개선했다. 그 결과 지난해 독일 본사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최고 작업장’ 상을 수상했다.

기술력 부문에서도 선도적이다. 무선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 차문이 열리는 스마트키 부문에서 르노삼성차, 현대·기아차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기아차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얇은 3.4㎜ 스마트키도 개발했다. 카드 형태로 자동차키를 지갑에 넣고 다닐 수 있다. 기아차 K9에 이어 현대차 2013년형 에쿠스에 도입된다. 콘티넨탈 관계자는 “반도체를 넓게 펴서 배열하고 특수 몰딩기법을 써서 초박형으로 개발했다”며 “강성을 높여 분해하기 쉽지 않고 부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는 독일 본사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독일 콘티넨탈은 성과를 높이 평가해 이천 공장에 글로벌 트레이닝센터를 건립하도록 했다. 이천 공장을 견학하고 생산체제를 배울 수 있도록 실습장, 강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이명석 콘티넨탈 부장은 “국내외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이곳을 벤치마킹하려고 매월 100명씩 방문한다”며 “트레이닝센터가 완성되면 전 세계에 전장부품 생산 노하우를 전수하는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시설도 확대한다. 이천시와 협의해 공장 인근에 추가 부지를 확보했고 생산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과 콘티넨탈이 합작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은 국내 유치 여부가 불투명하다. 선우현 사장은 “독일과 한국이 아닌 제3국에 생산라인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며 “국내 법인과는 별도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조만간 합작법인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천=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