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완화에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매물을 내놨던 외국인이 선물시장에 이어 현물시장에서도 '사자'를 나타내고 있는 등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오전 10시 37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6.81포인트(2.60%) 오른 1848.66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 185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에 급등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조만간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위기 해결안을 내놓겠다는 심중을 내비쳤다. 유럽연합(EU)이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역내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을 직접 지원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등 독일의 중장기 위기 대처 계획과 함께 단기 대책도 보강되고 있다.

유럽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덴스 록하르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경제가 악화되거나 유럽 채무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중앙은행(Fed)이 추가 양적완화(QE3)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역시 취약한 고용시장을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정책들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밤 예정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의회 합동경제위원회에서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표명하고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이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우려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현물 순매도의 무게중심이 바스켓에서 개별종목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부터 시작된 외국인 현물 순매도는 61%가 비차익 프로그램, 개별 종목은 11%에 불과했으나 직전 3일은 개별 종목이 50%로 급증한 반면 비차익 프로그램은 39%로 줄었다.

심상범 대우증권 AI.파생 팀장은 "해외 펀드 자금 순유출에 따라 기존에 매수했던 종목을 청산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해외 펀드 자금 순 유출이 계속된다면 개별 종목 순 매도 역시 지속 불가피하지만 바스켓 매매와 달리 개별 종목은 회전이 심해 순매도는 산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것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 제한' 쪽"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최근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신호다. 외국인은 코스피 지수가 50포인트 이상 급락한 지난 4일 9951억원 등 나흘동안 종가 기준 1조3486억원 어치의 선물을 순매수했다. 이날도 2400계약 이상 사들이고 있다. 현물시장에서도 닷새만에 사자로 전환해 1650억원 이상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롱텀 펀드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미국계 자금의 매도세도 둔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미국계 자금이 지난달 21일 이후 2724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약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증시에 대한 전반적인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이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시각은 상대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부정적이지 않다"며 "주요 글로벌 펀드에서의 한국 투자비중은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IT와 경기소비재 섹터 등 경기민감업종의 투자비중도 유사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의 반등과 함께 한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세 역시 진정되면서 코스피의 추가적인 반등 기대감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