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ㆍ독일, 스페인 금융위기 해결위해 "모든 수단 논의"

유로존이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은행의 자본 확충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이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EU 집행위 관계자들은 현재 EU와 독일 등 주요 회원국 관계자들이 스페인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ESM이 은행을 직접 지원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논의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리 렌 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실의 아마데우 알타파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EU는 스페인으로부터 자국 은행 구제금융을 위한 지원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일부 언론 매체들의 지원 요청설 보도를 부인했다.

알타파지 대변인은 스페인 은행권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지, 스페인 정부가 어떤 조처를 취할지에 대해 모르며 이달 중에 EU 실사진 보고서가 나와야 정확한 상황이 확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EU 집행위와 독일을 비롯한 주요 회원국들은 스페인 금융권 위기를 해소하기 위헤서는 어떤 식으로든 외부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비상 대책 마련에 이미 착수했다고 EU 관계자들은 전했다.

스페인 금융권 위기가 심화돼 고객들의 예금인출사태(뱅크런)가 현실화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유로존 전체로 확산되고 이 경우 독일을 비롯한 우량경제국 마저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무디스는 전날 유로존 국채ㆍ금융위기 심화와 향후 충격으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은행 등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스페인 정부는 전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을 사실상 잃었다면서 유로존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루이스 데 귄도스 경제장관은 6일 EU 집행위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구제금융을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자금 투입이 필요한 은행은 `심각한 상황에 처한 일부 은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데 귄도스 장관은 이달 안으로 나올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와 독립기관에 맡긴 금융 부문 감사 결과를 살펴 본 뒤에야 스페인 정부의 금융권 대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그리스나 포르투갈처럼 트로이카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국가신용도가 추락해 체면을 구기는 것은 물론 가혹한 구제금융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EU 실무자들은 스페인이 공식적인 구제금융 수령 국가가 되어 외부로부터 개혁을 강제당하고 EU와 IMF,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직접 감독을 받는 처지에 빠트리지 않고 스페인 금융권을 지원할 묘안을 찾고 있다.

이러한 묘안의 하나로 내달 1일 출범할 ESM의 은행 직접 지원 허용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그동안 이에 반대해온 독일 정부도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안에 긍정적이라고 EU 관계자들은 밝혔다.

현재 규정으로는 ESM은 회원국 정부에만 대출해줄 수 있고 민간 은행에는 직접 대출해줄 수 없다.

즉, 해당국 정부가 ESM의 자금을 대출받아 자체 책임 하에 은행에 구제금융을 제공해 주는 간접 방식이어서 한계가 많다.

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ESM이 직접 대출하는 방식이 허용되면 정부의 부채 수준이 늘어나지 않고 신속하고 더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해진다.

EU 실무진들은 현 ESM 관련 협약을 개정하지 않고 직접 지원을 허용할 경우 EU의 여러 조약들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 중이며 문제 없다고 판단될 경우 스페인 금융권 회생 지원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하지만 ESM을 통해 은행의 자본확충을 직접 지원한다고 해도 스페인 정부가 부채 상환을 보증하는 등 최종적인 부채 부담은 정부가 지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EU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