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사진)이 회장직을 내놓고 은행 경영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회장은 7일 열린 임시경영위원회에 참석해 “새로운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뽑아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9일 농협금융 출범 100일을 맞아 ‘지주체제의 안정적인 출범’이라는 소임을 완수했다”며 “농협금융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회장직 사의 표명에 대해 농협금융지주 측은 지난 3월 지주 출범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후임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용한 성품의 신 회장은 그동안 주로 서울 충정로 농협 신관 19층에 있는 행장실에서 근무해왔다. 지주 회장실은 농협 본관 10층에 있다.

관심은 차기 회장이다. 신 회장에 이어 농협 내부에서 회장이 나올지, 외부인사가 기용될지가 금융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지주 출범 전까지는 회장 자리에 외부인사를 기용하는 방안이 유력했지만 관료 출신 ‘낙하산’에 대한 내부 반발 등으로 일단 신 행장이 회장을 겸직하기로 했었다.

농협 안팎에선 이번에는 회장 자리에 외부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출범 초기 안정화라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데다 다른 은행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역량 있는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가 농협의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5조원을 지원하는 만큼 관료 출신 외부인사가 영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는 농협 경영진이 정부와 경영구조개선 이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반발하며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여서 후임 회장 선임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농협금융지주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회추위 구성 등을 논의할 임시이사회를 다음주께 소집할 예정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