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의 고장과 정기점검으로 전력공급이 크게 달리고 있는 가운데 7일 예비전력이 올 들어 최저 수준인 350만㎾ 아래로 떨어졌다. 하루 공급능력 대비 여유분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 발전업계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이달 중순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릴 경우 지난해 9월15일처럼 ‘블랙아웃(전국 동시정전)’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불안에 휩싸여 있다.

◆때이른 더위에 전력난 가중

지식경제부는 이날 오후 1시35분을 기점으로 예비 전력이 350만㎾ 이하로 떨어져 전력수급 비상조치 1단계인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작년 9·15 정전대란 이후 예비전력 하락으로 ‘관심’ 단계를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경부는 300만~400만㎾까지를 전력 수급 ‘관심’ 단계로, 200만~300만㎾를 ‘주의’, 100만~200만㎾ ‘경계’, 100만㎾ 미만을 ‘심각’으로 구분하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이날 최대 전력공급능력은 6679만㎾였지만 오후 1시35분 최대 전력수요가 6350만㎾에 달해 예비전력이 329만㎾까지 낮아졌다. 순간 최저 예비전력은 오후 2시42분에 기록한 316만㎾(예비율 4.9%)였다. 더구나 이 예비전력 중 200만㎾는 전날 수요예측에 따라 기업을 상대로 절전 수요관리를 통해 확보한 것이다. 실제 예비력은 110만~120만㎾대로 위험 수준인 ‘경계’ 단계였다는 얘기다.

지경부는 비상조치 매뉴얼에 따라 전압 하향조정을 통해 70만㎾의 추가 수요관리에 나서는 등 급한 불은 껐지만 갑작스런 전력수요 증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예비전력이 150만㎾ 이하로 떨어지는 최대 피크 예상기간인 8월 중순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전력 공급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예방 정비로 이달 전력공급 ‘비상’

더 큰 문제는 이달 중순 이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작년 9·15 정전대란과 같은 전국적인 전력공급 부족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리원전 1호기 등 현재 고장이나 예방정비 등으로 멈춰서 있는 발전기는 총 41기에 달한다. 이들 발전기의 공급용량은 1100만~1300만㎾ 수준으로 전체 전력공급의 14~16%를 차지한다. 이들 발전기는 7~8월 본격적인 전력피크기에 대비해 이달 한 달 동안 집중 점검을 받게 된다. 이달 중순 이후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지속될 경우 전력공급 부족으로 전국 순환 정전 등의 비상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지경부 관계자는 “화재로 가동이 멈춘 보령 1, 2호기 점검이 이달 중 끝나고 예방정비를 받는 발전기들이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 전력상황은 이달 말부터 다소 호전될 것”이라며 “전력 수급 상황을 봐가며 발전기의 예방점검 시기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민들의 절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여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적으로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실시한다. 가정 상가 기업들은 자발적인 절전을 통해 정전대비 위기대응에 참여하고, 공공기관은 실제 단전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 예비전력

전력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피크타임에 수요를 채우고 남은 전력량을 말한다. 통상 500만㎾ 이상일 때 전력수급이 안정적이라고 여겨진다. 500만㎾ 이하가 되면 비상발령을 내린다. 정부는 조만간 이 기준을 450만㎾로 내릴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