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광주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서로 상대 지역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차 특강을 가졌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강운태 광주시장은 최근 각각 자리를 바꿔 광주시청과 대구시청에서 강연을 했다. 주제는 ‘남부권의 협력’. 지리적·정서적으로 괴리감이 큰 두 지역의 지자체장이 교차 특강을 가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두 도시는 최근 ‘달빛동맹’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끈끈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 풀이인 ‘빛고을’을 합쳐 만든 말이다. 이번 교차특강을 계기로 양 도시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지역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자며 의기투합했다.

대구 지역의 작년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1342만원. 1993년부터 17년째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로 지역의 대표선수 격인 건설과 섬유가 침몰한 이후 아직도 이렇다 할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전, 금형이 기초산업이던 광주 역시 지난해 GRDP가 1523만원에 불과해 대구와 함께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이 때문에 달빛동맹을 지켜보고 있는 양 도시의 경제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김동구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구조를 과감히 탈피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남부권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상공회의소 관계자도 “두 도시는 정치·경제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협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대구와 광주는 지난 4일 동서화합 도모와 남부권 경제시대를 열어 가기 위한 10가지 의제를 공동 추진키로 하고 세부 내용을 협의 중이다. 특히 세계적인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지자체장들의 상생협력 행보는 상당히 의미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이번 동맹이 단순히 정치적 행사 또는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된다. 실무진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서 양쪽 상공회의소 간 교류나 대학 간 협력 등 실질적인 후속 프로그램을 속속 개발해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형제 지자체’가 지혜를 모은다면 대구와 광주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정책들을 얼마든지 쏟아낼 수 있다.

김덕용 대구/지식사회부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