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기업이다. 정식 약품 하나 없이 매년 브로슈어를 들고 나온다.”(다국적 제약사 P사 관계자)

“허가 전 의약품을 홍보하는 건 좀 무리지만, 마케팅 전략으로선 최고다.”(마리아나 파벨 루마니아 갈라티국립병원 교수)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국제전시장 ‘메세 베를린’. 유럽류머티즘학회 참가자들은 한국의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셀트리온은 자사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CT-P13(관절염치료제 복제약)’이 다국적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오리지널 바이오 약품인 ‘레미케이드’와 약효가 비슷하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셀트리온에 관심이 쏠린 건 한국 제약사로는 유일하게 5년째 이 학회에 참가하고 있는 데다 ‘CT-P13’이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10년간 2000억원을 투자해 레미케이드 복제약 개발에 매달려왔다.

그러나 약품 출시 전에 벌이고 있는 ‘사전 마케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참석자들도 적지 않았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중에도 국제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홍보마케팅을 벌이는 제약사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약품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홍보를 세게 한다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런던에서 열린 류머티즘학회에선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셀트리온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한 일도 있었다.

셀트리온은 이번 학회에서 임상보고서 발표와 함께 지난 2월과 3월 초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유럽식약청(EMA)에 ‘CT-P13’ 허가를 신청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셀트리온으로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셀트리온은 전 세계 20여개국 580여명의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국가별로는 30여명 정도다. 또 오리지널 레미케이드는 관절염뿐 아니라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소아 크론병, 피부병 건선 등 7개 질환에 대해 약효를 인정받고 있는 반면 셀트리온은 류머티즘 관절염과 강직성 척수염에 대해서만 임상을 진행했다. 합병증을 가진 관절염 환자에 대해서도 약효가 있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의료계가 주시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마무리 절차가 절실하다.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라는 유혹에 떠밀려 허가 절차를 소홀히 넘기면 안 된다. 세계 최초와 함께 세계 최고의 바이오시밀러라는 수식어를 달고 싶다면 말이다.

이준혁 베를린/중기과학부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