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이슈인데도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비정규직 사용제한 등 노동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을 높여야 한다.”(이헌방 오산상의 회장)

“‘세계경제의 현금지급기’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한국이 대외요인에 휘둘리고 있다. 경제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데 정책의 역점을 둬야 한다.” (최범기 강릉상의 회장)

7일 전남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 회의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무거웠다. 전국 14만명 상공인을 대표한 71명의 지역상의 회장단은 최근 불안한 국내외 경제 상황과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 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회장단은 회의를 마친 뒤 내수경기 활성화, 조세환경 개선, 노동유연성 제고 등 요구사항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정부·정치권 선심성 정책 성토

전국 상의 회장들은 이날 정부 및 정치권의 기업 및 경제 정책을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기업을 도와주기는커녕 ‘발목잡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김택수 전주상의 회장은 “지방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건설경기가 어렵다”며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산업용 전기요금을 비롯한 각종 에너지비용의 지나친 인상을 억제하고 감세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종현 대전상의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주체의 핵심인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세제개선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 남발에 대한 우려도 컸다. 최병곤 포항상의 회장은 “선심성 복지 및 증세정책은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발시켜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충경 경남상의 협의회장(경남스틸 회장)은 “지금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심하다”며 “위기가 앞으로 3년 이상 갈 것으로 보이는데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재벌 때리기에 나서고 있어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지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백남홍 하남광주 상의 회장은 “19대 국회는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을 자제하고 기업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며 “지금은 경제민주화보다는 기업 자유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내수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 일자리 창출 등 서민생활 안정 및 경제 체질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며 “소득세 및 법인세 감세와 함께 수출 촉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규제 없애야”

대한상의는 이날 회의를 앞두고 최근 회장단을 대상으로 경제현안에 대한 긴급설문을 실시했다. 71명 중 상당수가 기업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책 일관성 부족’을 꼽고 성장과 규제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문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90.1%)고 답했다.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해서도 ‘상반기보다 나빠질 것’(32.4%)이란 답변이 ‘나아질 것’(8.4%)이란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바람직한 복지정책 모델에 대해서는 상의 회장 대다수(94.4%)가 ‘지속성장이 가능한 생산적 복지 정책’을 꼽았다. 조세정책에 대해 ‘감세정책 유지 또는 확대 기조’(95.8%)로 나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정현 기자/여수=정성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