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몸을 이끈 늦은 귀갓길, 문득 예전에 접했던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77세의 나이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경인여대 일본어과에 합격해 이슈가 됐던 조재구 할머니의 기사다. 만학의 도전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며 “하늘이 부를 때까지 공부하고 싶다. 졸업하면 편입도 하고, 유학도 가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힌 할머니. 그리고 기사 상단에 꿈에 부푼 소녀처럼 해맑게 웃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는 꿈 하나로 벤처기업을 꾸려온 지도 어느덧 12년째로 접어들었다. 항상 바쁘고 힘든 일정에 쫓기다 보면 가끔은 여유와 늑장을 부리는 삶이 부러워질 때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조재구 할머니처럼 끊임없이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맨 처음 회사를 설립했던 12년 전으로 돌아가는 듯 마음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솟구쳐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로운 의욕과 열정으로 가슴이 뛰곤 한다.

‘인생의 목적은 끊임없는 전진에 있다. 앞에는 언덕이 있고, 시내가 있고 진흙이 있다. 걷기 좋은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 곳으로 항해하는 배가 풍파를 만나지 않고 조용히 갈 수만은 없다. 풍파는 언제나 전진하는 자의 벗이다. 풍파 없는 항해는 얼마나 단조로울 것인가. 고난이 심할수록 나의 가슴은 뛴다.’-니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갖는 꿈에는 한계가 없다. 꿈에는 나이도 크기도 제한도 없기 때문에 누구나 나름대로의 꿈을 꿀 수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간절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무리 큰 시련과 고난이 와도 목표를 달성할 열정이 생겨나고 마침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꿈을 꾸는 사람은 아름답고, 꿈꾸는 자만이 비상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머릿속이 차분히 정리된 것 같고, 마음이 편안하다면 우리는 목표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거나, 모든 것을 마무리한 상태인 것은 아닐까 고민해 봐야 한다. 간혹 모든 것을 마무리한 상태에서는 잠시의 휴식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휴식이 지속적일 경우에는 끔찍한 상황이 될 것이다. 즉, 이런 상태들은 열정을 위한 가슴이 멈춰버린 상태, 꿈을 위한 기능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삶이 마치 식물인간의 메마른 삶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는 직면하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 니체가 말한 풍파에 감사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풍파를 넘어서고, 또 그 다음에 올 더 큰 풍파를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음도 기뻐해야 한다. 비록 꿈을 찾아 날아오르는 과정에서 넘어지고 깨지는 고통이 동반될지라도 꿈을 담은 우리의 그릇만은 깨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살아가는 동안에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장준근 < 나노엔텍 사장 jkchang@digital-bi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