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7일 오전 6시11분 보도

회사채 발행시장에 지난 4월17일부터 수요예측제도가 시행된 이후 회사채 대표주관 업무를 놓고 대형 증권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투자 KB투자 한국투자 동양증권 등은 다수의 대표주관 업무를 따내면서 양호한 성과를 내는 반면 삼성 대우증권은 수임 건수가 극히 저조하다.

수요예측제도는 기관 투자가로부터 사전에 희망금리 등 수요를 받아 본 후 회사채 발행금리를 결정하는 제도다. 발행기업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발행금리를 정상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우리·KB는 선전, 삼성·대우는 부진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수요예측이 도입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원화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발행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와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35곳 정도다.

우리투자증권은 신한금융투자 LG전자 등 7개 이상 발행사와 대표주관사(공동대표주관사 포함) 계약을 체결했다. KB투자증권도 (주)STX 등 6개 발행사로부터 대표주관사 업무를 수임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동양증권도 각각 5개의 기업과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의 계약 실적은 각각 1건에 그치고 있다.

◆삼성·대우 부진 이유는 ‘정도영업’?

회사채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로 평가되는 삼성과 대우증권이 부진한 대표주관 계약 실적을 올린 이유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삼성증권은 초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 업무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소 규모 기업에 대한 네트워크가 떨어져 실적이 부진하다는 분석이 있다. 대우증권도 대기업 계열 증권사에 비해 대기업 영업 등에 약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선 “수요예측 도입 후 회사채 발행시장 왜곡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정도 영업’을 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됐지만 발행기업들이 여전히 시장금리보다 낮은 발행금리를 요구하는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증권사들은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은 채 대표주관계약을 따내기 위해 시장 적정금리보다 낮은 희망금리 수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 및 대우증권은 상대적으로 ‘적정 시장 금리’를 제시하면서 대표주관 영업을 하고 있어 실제 계약에 성공한 건수가 낮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IB 관계자는 “상당 기간 대표주관 업무 수임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현재의 영업 방침을 고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