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보다 사업으로 승부…2030 사장님 '젊은 도전' 늘었다
토핑국수, 불초밥 같은 독특한 메뉴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퓨전국수 프랜차이즈 ‘셰프의 국수전’. 지난해 3월 서울 이대역 근처에 첫 직영점을 연 지 15개월 만에 매장을 47곳으로 늘렸고, 연내 100호점 돌파가 목표다.

셰프의 국수전을 만든 사람은 김석훈 바인에프씨 대표(33)다. 어릴 적부터 장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22세 때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산물도매업을 시작한 뒤 식자재 납품을 맡은 인연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눈을 떴다. 이 회사 직원 23명의 평균 연령은 32세. 반면 가맹점주의 70% 이상은 김 대표보다 나이가 많다.

◆인생 경험은 짧아도…젊음이 무기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김 대표처럼 20~30대 ‘젊은 피’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을 빠르게 전파하기 위해 가맹본부를 직접 차려 창업에 나선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첫 한방차 전문점 ‘오가다’도 젊은 사장의 작품이다. 최승윤 오가다 대표(28)는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졸업하고 육군 중위(ROTC)로 전역한 뒤 최종 합격한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함께 군 복무했던 소대원들과 2009년 7월 서울시청 앞에 오가다 1호점을 연 그는 단골손님 500명의 명함을 모아 통째로 암기할 정도로 악착같이 일했다. 2010년 1월 법인을 세워 가맹사업을 시작한 뒤 매장이 59개로 늘어났다. 지난 3년간 오가다에서 판매한 한방차는 200만잔을 넘는다.

이들의 무기는 ‘청년 사장’ 특유의 에너지와 패기다. 셰프의 국수전에선 김 대표와 본사 직원들이 ‘해피바이러스팀’을 조직, 밤마다 가맹점을 돈다. 폐점시간인 밤 10시 이후 지친 점주들을 대신해 매장 대청소를 해 준다. “저를 어리숙하게 보면 그냥 어리숙하게 보이자는 신조로 일해요. 인생 경험 짧은 걸 억지로 극복할 수 있나요.” 김 대표는 “열정과 진정성을 솔직하게 전달하면 누구에게든 잘 통한다고 믿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2030세대 사장들의 ‘산전수전’

패기 넘치는 이들 젊은 사장에게도 힘든 점은 역시 인간관계다. 최 대표도 3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그는 “창업 상담을 받으면서 정보만 빼내 ‘짝퉁 오가다’를 연 분도 있었고 매출이 기대보다 적다며 불만인 점주가 제소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려간 적도 있었다”며 “업계 베테랑들을 영입하고 제 스스로 경험을 축적하면서 많이 보완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점포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제가 떼돈을 벌었다고 믿거나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정보를 교환하고 고민도 털어놓을 ‘또래 사장’과 ‘또래 점주’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도 이들의 희망사항이다.

‘국대떡볶이’ 81개 매장을 운영하는 김상현 국대F&B 대표(32)는 “이화여대 앞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처음 시작할 때 ‘명물이 되자’고 작정하고 여러 시도를 했고 손님들 반응을 봐 가며 맛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국대떡볶이는 노점상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서울 가로수길에 1호점을 냈다.

셰프의 국수전은 지난달 말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필리핀 1호점을 열었고, 다음달엔 홍콩에 진출하기 위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오가다도 올 10월 일본 도쿄에 첫 매장을 내기로 확정했고, 미국과 동남아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내 사업’ 꿈 안고 프랜차이즈로

이들처럼 가맹본부를 차린 경우 외에 가맹점주로 창업에 나서는 젊은층도 늘고 있다. 작년 말 2만개를 돌파한 전국 편의점 10곳 중 4곳은 20~30대가 주인이다. 이덕우 한국편의점협회 기획관리팀장은 “미취업 청년들이 편의점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최대 베이커리업체인 파리바게뜨 매장의 22%, 치킨전문점 ‘BBQ’ 매장의 25%도 20~30대가 운영하고 있다.

경기 안양에서 파리바게뜨 범계사거리점을 운영하는 이지영 씨(33)는 4년간 다닌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작년 6월 80㎡ 크기의 빵집을 열었다. 하루 매출이 250만원을 넘어 이씨는 직장에 다니던 때보다 3배 넘게 벌고 있다. 순수익률이 10%를 넘는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업종을 물색하다 실패 확률이 적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며 “아르바이트생들이 나를 친구처럼 따라 주변 점포들이 부러워할 만큼 분위기가 활기찬 게 ‘젊은 사장’으로서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올 3월 경기 부천 웅진플레이도시에 BBQ 매장을 차린 손지훈 씨(33)도 스포츠용품업체에서 퇴사한 뒤 창업했다. 치킨·피자·샐러드를 담은 ‘패밀리 세트’와 치킨·골뱅이무침·맥주를 묶은 ‘비즈니스 세트’ 등 본사엔 없는 세트메뉴를 개발, 하루 매출(200만원)을 개점 당시(100만원)보다 배로 늘렸다.

임현우/최만수 기자 tardis@hankyung.com
취업보다 사업으로 승부…2030 사장님 '젊은 도전'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