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일상의 삶을 바꾼 기술혁신의 대표주자다.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등은 필수품이 됐다. 그런데 인터넷 기능의 상당 부분은 무료다. 페이스북이 엿보기 취미의 즐거움을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경제에 도움을 줄 만큼 큰 부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고용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페이스북이 고용한 인력은 1700명 수준이다. 구글이 2만명, 이베이가 1만6400명, 트위터는 3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작업을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서버가 하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디지털음악 유통사인 아이팟은 엔지니어와 판매원을 포함해 1만392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러나 전통 앨범 판매가 감소하면서 사라진 일자리를 고려하면 약간의 순증만 있을 뿐이다. 20세기 초 자동차 회사 포드와 GM이 성장할 때 회사마다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디트로이트를 일류도시로 만들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거대한 침체》는 미국과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사실상 멈췄는데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성장할 것으로 착각하는 데서 탐욕이 발생하고 장기침체를 불러왔다고 진단하는 경제서다. 금융위기도 사람들이 성장동력이 사라진 것을 보지 못한 채 실제보다 부유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초래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신자유주의가 퍼뜨린 금융계의 탐욕과 무절제, 그에 따른 소득의 불균형이라던 대부분의 경제학자 견해와 다르다.

미국 경제는 1991, 2001, 2009년 세 번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세 번 다 본질적으로 고용이 늘지 않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대에도 신규 고용 창출은 거의 없었다. 올해 미국 경제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복지지출 증가로 정부 재정은 위기에 처해 있다.

성장이 멈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수백년간 미국과 세계 경제가 향유했던 ‘쉽게 따는 과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따는 과일이란 혁신적인 신기술, 교육시스템, 광활한 토지 등을 말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전기 전등 자동차 비행기 등 기술혁신은 일상을 완전히 바꿀 만큼 영향력이 컸다. 최근의 기술은 혁신이라기보다는 개선에 가깝다.

또 저자는 미국과 한국 등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제한적이었다가 교육시스템의 발전으로 수많은 인재들이 더 생산적인 일에 종사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대학은 포화상태가 됐고, 졸업생의 능력은 과거보다 별로 나아지지 않아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