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7번째 맞는 현충일이다. 해마다 현충일이면 조기(弔旗)를 달고 순국선열의 얼을 되새기지만 올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자괴감과 착잡함을 금할 길이 없다. 어떻게 지켜낸 대한민국인데, 국기(國基)를 부정하는 무리들이 국회에까지 침투하게 되었단 말인가. 세계 유례가 없는 북한의 3대 세습 독재권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從北)의 무리가 대한민국의 민주 인권 법치를 모두 욕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권리를 누릴 대로 누리면서도 북한을 추종하는 그들이다. 6·25전쟁 발발 후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됐는데도 남침유도설이니, 심지어 북침설을 주장한다. 해외 전문가들까지 북한 소행임을 인정한 천안함 폭침도 자작극이라는 그들이다. 게다가 생지옥을 탈출한 2만여 탈북자를 ‘변절자’라 비난하고, 북한 인권운동을 ‘이상한 짓거리’라고 한 이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과연 그들의 조국은 대한민국인지, 김일성 공화국인지 아연해질 따름이다.

나라의 근본이 이토록 훼손된 것은 공산권이 무너지고 남북간 경제격차가 확연히 드러난 90년대 이후다. 80년대 신군부가 반공을 독재 유지의 이데올로기로 전락시킨 반작용으로 안보교육이 실종되고, 국민들의 대북 경계심은 급속도로 느슨해졌다. 오죽하면 안보교육을 ‘안 보이는 교육’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 틈에 종북세력은 민주화라는 외피로 위장했고, 386운동권은 주사파 양성소가 됐다. 이제는 국회에까지 버젓이 입성해 야권연대를 빌미로 정권까지 넘보게 된 것이다. 이런 환경이었기에 북한의 권력세습과 핵개발, 수백만명의 아사(餓死)가 터져도 송두율의 내재적 접근법이니, ‘우리 민족끼리’니 하는 궤변으로 외면하고 ‘해묵은 색깔론’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지난 20년간의 국기 문란과정이다.

호국영령들이 목숨 바쳐 지킨 나라에 살면서 그들의 넋을 달래주진 못할 망정, 종북의 미망에 갇혀 모욕하고 폄훼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는 29일이면 고 윤영하 소령 등 6명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간 제2연평해전 10주년을 맞는다. 대전현충원에 묻힌 이들을 작가 복거일 씨 등 몇몇 인사들이 해마다 참배하고 있다지만, 지난 10년간 어떤 대통령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것이 왜 부끄러운 일이 돼야 하는가. 한경이 단독 인터뷰한 전사자 부모들의 피끓는 육성이 귓전을 울려 더욱 숙연해지는 현충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