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3대 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코스피지수가 1780선까지 밀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G2(미국 중국)마저 흔들리면서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증시가 충격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잇단 외부 충격에 코스피지수는 대다수 증권사들이 제시한 ‘지지선’의 최하단까지 밀려났다.

증권가 일각에선 “글로벌 경제를 일으켜세울 ‘엔진’이 없다”며 코스피지수 저점을 1700선 밑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외풍이 세게 불어도 코스피지수가 청산가치 수준(주가순자산비율·PBR=1배)인 1770~1780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 바로 매수 타이밍”이라고 맞서고 있다.

○“바닥 밑에 지하실 있다”

코스피지수는 4일 51.38포인트(2.80%) 급락한 1783.13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8일(1782.46)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 장중 한때 1776.85까지 떨어지며 작년 12월19일(1750.60) 이후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주가 하락을 이끈 주범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빅2’였다. 지난 주말 미국 노동부는 5월 취업자(비농업 부문) 수가 전달보다 6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고,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4로 전달(53.3)보다 떨어졌다고 밝혔다. 기대에 못 미친 ‘숫자’에 지난주 금요일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주가가 2~3%씩 빠졌고 이는 국내 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코스피지수가 단숨에 지지선 수준으로 떨어지자 KDB대우증권은 이날 코스피지수 최저점으로 ‘1700’이란 숫자를 내놓았다. 지난달 15일 한국경제신문이 설문조사할 때 제시한 수치(1800 초·중반)보다 100포인트 이상 낮춰잡은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우리 기업들의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한 PBR 1배인 1600과 올 연말 예상 자산가치로 매긴 PBR 1배인 1800의 중간치를 최저점으로 잡았다”며 “올해 예상 자산가치만 근거로 하는 다른 증권사에 비해 보수적으로 전망한 셈”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코스피지수 저점을 지난달 15일 한경 설문조사(1880) 때보다 크게 낮은 1700으로 잡았다.

일부 투자자 심리 지표도 ‘주가가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코스피200 옵션가격 변동성을 지수로 나타낸 V코스피200지수는 지난달 3일 16.0에서 이날 23.49로 상승했다. V코스피200지수는 옵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주가 변동성을 지수화한 것으로, 주가 하락기에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일명 ‘공포지수’로 불린다.

○“지금이 최저점…주식 살 때”

상당수 증권사들은 여전히 1770~1780선이 최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지수는 작년 11월과 12월, 지난달에 이어 이날까지 네 차례에 걸쳐 주가 방어선 역할을 해냈다. 경기 침체를 확인한 중국과 미국 정부가 각각 기준금리 인하와 3차 양적완화 등 경기부양책을 단행할 경우 국내 증시가 반등 기회를 잡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험상 시장이 가장 불안할 때가 주식을 사야 하는 시점이었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낮은 데다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가 일시적 현상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기준금리 인하 등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조치를 내놓는다면 오는 17일 그리스 재선거를 기점으로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오상헌/유승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