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주도의 채권단이 세계 8위 조선업체 성동조선해양을 대상으로 1500억원 안팎의 출자전환과 함께 올 연말까지 3500억원가량의 자금 지원도 검토 중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수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동조선 채무·자본 재조정 및 유동성 지원 방안’을 조만간 발의하기로 했다. 발의 후엔 채권은행들의 서면결의를 거쳐 이달 중순쯤 지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전체 채권단 중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성동조선 채권단은 수은(채권액 비율 51%) 우리은행(17%) 무역보험공사(20%) 등이다. 성동조선에 대한 채권액 규모는 선수금환급보증(RG) 2조4000억원을 포함해 총 4조3000억원이다.

채권단은 1500억원 안팎의 출자전환을 통해 성동조선의 지분 50~60%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은을 비롯한 채권은행들이 성동조선의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은 이 같은 지원 방안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또 빚을 탕감해주고 신규 자금까지 넣어야 하는 데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출자전환 및 신규 자금 지원 등이 빨리 이뤄져야 성동조선의 회생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엔 다들 동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성동조선에 대한 출자전환과 함께 정홍준 전 대표와 군인공제회 등 기존 주주에 대한 감자도 단행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이 중 기존 경영진과 관계사인 성동산업에 대해선 100 대 1 또는 사실상 완전 감자를, 군인공제회는 5 대 1 안팎의 비율로 차등 감자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정 전 대표 등의 지분은 대부분 소멸되고 군인공제회는 10%가량만 남는다. 현재 성동산업 지분은 창업주인 정 전 대표가 24.68%, 관계사 성동산업이 20.94%를 갖고 있으며 국인공제회 34.85%, 자사주 7.12% 등이다.

수은 고위 관계자는 “기존 대주주 중 하나인 군인공제회가 감자 방안을 거부하더라도 정 전 대표 등의 주식에 대한 위임권을 채권단이 갖고 있는 데다 출자전환을 먼저 단행해 채권단이 대주주가 된 이후 감자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감자 및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는 대로 35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하반기 운용자금으로 쓰일 신규자금 2200억원과 지난해 채권단에서 발을 뺀 국민은행이 내놓기로 했던 13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성동조선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해운 시황이 악화된 가운데 성동조선의 실적 개선 없이 채권은행들의 지원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