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7일 서울 도심의 한 편의점. 계산대 뒤편 담배 진열대에 외국산 담배를 진열하는 공간이 텅 빈 채 ‘재고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 편의점은 지난달 들어 주말마다 이런 식으로 외국산 담배를 내놓지 않았다.

일부 편의점에서 주말에 외국산 담배를 모두 빼고 KT&G 담배만 판매하는 편법 영업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한 편의점 업체는 KT&G 측이 특정 요일에 외국산 담배를 내놓지 않는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제안해 왔다는 가맹점주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개별 가맹점이 특정 브랜드 담배를 차별하는 것은 가맹계약 위반이라는 게 편의점 업체들의 설명이다. 편의점 A사 관계자는 “이런 행위는 계약해지 사유이지만 주말엔 본사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젊은이들이 몰리는 서울 강남·홍대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견돼 KT&G에 시정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무리수 영업’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최근 담배시장의 점유율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 80%에 육박했던 KT&G 점유율은 50%대까지 떨어졌다가 외국 담배들이 가격을 올린 작년 5월 이후 반등, 올 1분기엔 62%를 기록했다.

KT&G는 이에 대해 인사평가를 앞둔 일부 영업직원이 과욕을 부린 탓에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KT&G 관계자는 “인센티브는 없었고 오랫동안 거래한 인간적 관계에서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무리한 영업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