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이 모럴해저드의 집결체가 되고 있다고 한다. 동반성장 공생발전 바람을 타고 각종 서민대출 요건과 대출자격이 크게 완화되면서 대출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고 불법대출을 알선하는 브로커들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과거 연체 경력이 있어도 대출이 가능한 바꿔드림론의 경우 연체율이 6%를 넘는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은행들도 정부 보증 상품은 돈을 떼일 우려가 없으니 대출 회수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서민대출이 복마전이 돼 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총리실은 지난 31일 바꿔드림론,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 상품 신청 시 소득 및 재산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제출서류도 간소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자산관리공사의 저리 전환대출 상품인 바꿔드림론의 경우 연체 기록이 있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주택금융공사 역시 최근 징검다리 전세보증의 대출 보증비율을 100%까지 확대했다. 서민들이 급한 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물론 그 의도를 모르지 않는다. 고금리 대출을 싼 금리의 대출로 바꿔 쓰게 해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출규정이 너무 느슨해져 미자격자에게 대출을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설치고 중복대출을 받는 경우까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이런 식의 서민대출은 결국 거대한 부실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가계대출이 9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서민대출의 대량 부실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게 뻔하다.

서민금융의 모범사례로 종종 인용되는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사후관리에 있다고 한다. 무담보 무보증이지만 대출 회수율이 높은 것도 그 덕분이다. 서민에게 빚을 얻어 쓰라고 권하는 서민금융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퍼주기 포퓰리즘이 신용불량자를 대량으로 만들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