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엊그제 부산대 강연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린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이런 발언이 지속되고 있다. 현실 정치가 두려운 건지 아니면 예선 없이 바로 본선에 뛰어들려는 계산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전자라면 나약함이며 후자라면 교활함이다.

이미 안철수식 발언에 짜증이 날 정도다. 야권에서도 “최대한 늦게 (대선에) 출전해 무임승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나의 선택: 무엇이든지 하고 싶지만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젊음에게》란 책의 공저자로 참여했던 안철수 교수다. 그는 이 책에서 젊은이들에게 엄하게 채찍질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을 채찍질하지 못하고 있다. 열광적인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추대받는 작은 메시아가 되고 싶은 것이다. 가공의 인기를 부풀린 다음에 누군가 꽃가마를 보내주면 그때 올라타겠다는 안철수식 ‘나의 선택’이다.

‘한국에 빨갱이가 어디 있나’라던 그가 엊그제 강연에선 통합진보당의 종북에 선을 긋고 나왔다. 제대로 된 정치관도 역사관도 그에게선 볼 수 없다. 아니 ‘관(觀)’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지난 6개월 동안 한 일이라고는 대중의 눈치를 보는 일이 전부였다. 내면에서 키워왔던 우상의 추락을 스스로도 두려워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