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매되는 휴대폰은 대부분 검은색과 흰색 모델이다. 과거 피처폰 시절 다양한 색상의 휴대폰을 선택할 수 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휴대폰 색상이 단조로워진 가장 큰 이유는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피처폰 시절 삼성전자나 LG전자는 1년 동안 수백개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노키아의 경우 초저가 휴대폰부터 극소수 부호들을 대상으로 하는 휴대폰까지 라인업을 세분화했다. 생산하는 제품 수가 많은 만큼 다양한 색상을 적용할 여지도 컸다.

반면 스마트폰이 시장의 중심이 되면서 제조업체들이 연간 내놓는 신제품 수는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애플이 1년 동안 발표하는 스마트폰 수는 1을 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지만 과거보다 적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가장 인기 있는 휴대폰 색상은 검은색과 흰색”이라며 “두 색상을 위주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지난 29일 글로벌 판매를 시작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3 ‘페블 블루’ 모델은 현재 물량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회사 측이 원하는 색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배터리 커버 60만개가량을 폐기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색상과 재질 모두 새롭다 보니 내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제품이 많았다”며 “2~3주 정도면 정상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6월 공개된 애플 아이폰4는 처음에 검은색만 발매됐다. 흰색 모델이 나오기까지 10개월 가까운 시간이 더 걸렸다. 이유는 아이폰4를 감싸고 있는 강화유리에 흰색 염료를 입히는 과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의도하는 흰색을 만들기 위해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고, 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