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공(空)매도가 다소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급증하던 대차 잔액도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면 공매도 투자자의 ‘쇼트커버링’이 매수로 유입되고, 상승세에 탄력이 붙게 된다. 최근 하락장에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주범으로 눈총받았던 공매도가 이번에는 순기능을 할지 주목된다.

◆공매도 비중 3% 밑돌아

동양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대차 잔액은 지난주 4986억원 감소, 이달 들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차 잔액은 지난 1~18일 13거래일 연속 늘어나 5조원을 넘어섰다. 대차 잔액이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일 3.43%까지 급등했다가 29일 3.36%로 줄었다.

대차 잔액은 다른 사람에게 빌린 주식의 규모를 말한다. 빌린(대차) 주식은 대부분 공매도에 활용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빌린 주식을 미리 파는 전략이다. 그후 주가가 내리면 싼 가격에 되사서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투자심리가 냉각되자 공매도가 많아졌고 셀트리온 등 일부 종목은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을 선언하기도 했다.

공매도 역시 최근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이달 중순 4%까지 치솟았던 공매도 금액 비중(국내 증시 시가총액 대비)은 29일 2.8%로, 지난달 이후 처음 3%를 밑돌았다. 김승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1700대로 미끄러지던 코스피지수가 지난주 반등하면서 공매도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29일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과 맞물린 만큼 이들의 컴백을 조심스럽게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쇼트커버링은 반등장의 ‘우군’

전날까지 사흘 연속 상승하던 코스피지수는 30일 5.05포인트(0.27%) 내린 1844.86으로 마감, 숨고르기에 나섰다. 외국인은 1581억원 순매수해 이틀 연속 ‘사자’에 나섰다. 기관과 개인도 각각 706억원과 618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매수 주문에 공매도에 따른 ‘쇼트커버링’ 물량이 섞여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쇼트커버링이란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줄이려 주식을 되사는 것을 말한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부터 나타난 국내 증시 반등은 쇼트커버링 랠리일 것”이라며 “지난달 말부터 설정된 외국인의 공매도 포지션이 일부 종목에서 청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차 잔액이 아직 많은 데다 다음달 초까지 큰 변수가 없는 만큼 쇼트커버링 랠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매도가 몰렸던 조선 통신 전기전자 철강금속 업종이 단기적으로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반등장 초반을 대비한다면 기회를 노릴 만하다”고 진단했다.

◆무차입 공매도 등 감독 중요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는 가격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있다”며 “최근 역기능이 부각된 것은 공매도를 활용하는 세력이 주로 외국인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공매도를 하나의 투자 전략으로 볼 때 무조건적인 제재보다는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현재 국내에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를 실효성 있게 감독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큰손’들은 전용선(DMA)을 통해 대규모로 주문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매도 여부를 적절히 통보하지 않아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지는 일이 발생한다”며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 이행에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상시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