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와인 인터넷 판매는 절대 안 된다는 태도다. 지난 23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 주재로 열린 관련 부처 회의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이현동 국세청장(사진)은 정부 내 협의과정에서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주류 세정의 원칙상 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막아야 한다는 소신을 견지하고 있다. 주류 판매방식의 변경은 국세청장의 고시권한이다.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인터넷 판매 반대가 자칫 국세청 내부의 규제권한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허용 논리에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경쟁 촉진과 소비자가격 인하에 따른 소비자 후생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주류 유통의 안전성과 세정의 투명성 확립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근본적으로 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입산 와인에 대한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기 위해 세정의 기본 원칙을 허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섣불리 인터넷 판매를 허용할 경우 롯데 신세계 등 온라인 유통 장악력이 강한 대기업들의 수입채널 독점으로 67만여개 중소 도·소매업체들이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다른 주류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수입 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면 일본 정종(사케), 맥주 등의 진입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것. 실제 최근 주한 일본대사관은 우리 정부에 수입 와인과 사케의 ‘동등 대우’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른바 ‘무자료 거래’ 확산으로 탈세가 만연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국세청이 이 같은 논리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격 인하와 소비자 후생 확대, 주류 유통체계 개선이라는 반대 측 논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종 결론은 다음달 초로 예정된 청와대 관계부처 회의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현재 청와대의 기류는 딱 반반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