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2년 만에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와 ‘승자 독식 효과’로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제조업이 비약적으로 커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수출 중심의 제조업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 우리 경제가 대외 변수에 취약해진 점은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지 않으면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2003년 이후 제조업 비중 확대

한국은행은 ‘2010년 산업연관표(연장표)’를 통해 2010년 제조업 비중(산출액 기준)이 50.2%로 전년(47.7%) 대비 2.5%포인트 높아졌다고 30일 발표했다. 산업연관표는 1년간 우리나라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처분에 관련된 모든 거래를 종합 분석한 것으로 경제구조나 파급효과 분석 등에 활용된다.

제조업 비중이 50%를 웃돈 것은 1988년(52.7%) 이후 22년 만이다. 제조업 비중은 1988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03년 44.5%까지 낮아졌다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우기 한은 투입산출팀장은 “서비스업 산출액도 도소매와 운수업 등에 힘입어 8%가량 늘긴 했으나 제조업(18.5% 증가)보다 증가폭이 작아 비중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제조업 비중 확대는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2010년 우리 경제(총수요 기준)의 수출 비중은 35.1%로 전년(34.2%)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수출액 규모도 반도체와 자동차, 기초소재 제품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15.8% 늘어났다.

민간소비 비중은 35.0%로 줄어 사상 처음으로 수출 비중이 민간소비를 앞질렀다. 투자 비중은 19.7%, 정부 소비는 10.1%를 차지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이 경제를 이끄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쏠림 부작용 낳기도

유럽 재정위기 이후 독일의 부상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지나친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제조업 비중은 28.0%에 불과하다. 이달 들어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중국 경착륙에 대한 우려로 수출과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신 실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은 대부분 수출 위주”라며 “외부 충격에 민감해 우리 경제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 부문을 무시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비스업 고도화를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용 확대 측면에서도 서비스업과의 동반 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체 산업의 평균 취업유발계수는 2009년 13.8명에서 2010년 12.9명으로 0.9명 감소했다. 국내 총 산출액 증가율(12.6%)이 고용 증가율(3.2%)을 웃돈 때문이다.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을 투자할 때 관련 산업 분야에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를 의미한다.

산업별 취업유발계수는 농림어업이 37.3명으로 가장 높았고 서비스업(16.6명) 건설(13.7명) 제조업(9.3명) 광업(7.8명) 등의 순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 창출 측면에서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1.7배 정도 높다”며 “산업 고도화로 취업유발계수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에 있는 만큼 서비스업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은 수출 위주의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생산이나 부가가치 확대에 비해 고용 기여도가 낮은 편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