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수사를 받던 미래저축은행의 한 임원이 자살했다. 저축은행과 관련해 목숨을 끊은 사람만 4명이다. 충격적인 일이다. 기업 임원이나 고위관료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이처럼 자신의 소중한 인명을 쉽게 내던져버리는 게 흔한 일로 돼버린 자살공화국 단면이다. 2003년 이후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자살 증가율 1위 국가다. 201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31.2명이 자살하고 있다. 2000년 13.6명에 비해 두 배나 증가했다. 경제위기를 겪는 그리스의 10배다. 집단 자살과 동반 자살도 급증한다. 특히 40대~50대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연예인, KAIST 학생, 고위관료, 전직 대통령 할 것 없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자살은 예방의 노력을 기울이면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질병이다. 1970~80년대 당시 자살률이 10만명당 46명에까지 이르렀던 헝가리는 자살을 국가적 위기로 간주하고 이를 막기 위한 갖가지 대책을 강구했다. 자살의 전조인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기구와 상담원을 대폭 늘렸고 자살 관련 약물 판매를 통제하고 항우울증 약제 보급 등에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2010년에는 최고치 때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 독일과 스웨덴, 핀란드 등 자살률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과 일본도 자살 예방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고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1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공포되긴 했지만 선언에 그칠 뿐 구체적인 실천은 이어지질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관련 조례를 만든 경우도 몇 곳에 불과하다. 자살 증가는 사회 병리 현상의 종합판이며 사회의 암적 요소로 작용한다. 자살 방지에는 언론의 역할과 책임도 크다. 자살을 줄여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