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토론] 불필요한 진료비 지출 최소화…서비스 질 떨어진다는 건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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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반면 포괄수가제(DRG·diagnosis-related group)는 하나의 질병에 대해 치료비를 사전에 정한다. 예컨대 ‘특별한 복합 질환이 없는 제왕절개 분만은 150만원’처럼 가격을 정해 놓는 ‘정찰제’다. 물론 진료비는 질병 치료에 어느 정도 자원이 소모되는지 따져 정한다.
언뜻 보면 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는 절차적 차이에 불과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의사의 판단이 절대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원의 수입을 정하는 방식은 의료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포괄수가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자는 것이지 지급액인 건강보험 수가를 낮추자는 것은 아니다.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같은 의료장비는 고가지만 검사를 한두 번 더 한다고 해서 추가로 늘어나는 비용은 크지 않다. 현재 행위별 수가제에서 병원의 수입은 검사 횟수에 비례해 늘어난다. 요즘 일부 병원은 근무 의사의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가 병원 수입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곧바로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통보한다.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의사 입장에서는 ‘검사 늘리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만약 검사를 하는 치료와 하지 않는 치료를 동시에 감안한 평균 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검사를 늘려도 병원 수입이 증가하지 않는다. 의사들도 필요한 처방과 소신에 따른 진료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병원에 대한 포괄수가제 확대는 의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의사협회가 나서서 찬성해야 할 일이다.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우려한다. 받을 돈이 정해졌다고 해서 해야 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질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미리 가격이 정해졌다고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것은 상도덕의 문제다. 최소한 우리 사회의 최고 전문가라는 의사들이 할 일은 아니다.
더욱이 현재의 포괄수가는 행위별 수가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지 않아서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재 포괄수가제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다수 개원의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방문 횟수(13.0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5회)의 두 배다. 평균 재원 일수(14.6일)도 OECD 평균(7.2회)의 두 배를 넘는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과소 진료 문제보다 과잉 진료 방지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반대론자들은 포괄수가를 적용받지 않는 부문의 과잉 진료를 부작용으로 거론한다. 하지만 이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가 가지는 문제점이다. 현재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비급여 서비스에서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때문에 비급여 부문에서 과잉 진료 가능성이 크다. 포괄수가제는 이들을 급여 대상으로 묶기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에만 집중할 유인이 생기게 된다.
포괄수가제는 국내에서 이미 15년 전부터 도입해 시행 중이다. 현재 비교적 단순한 7개 질병군만 의료기관 자율로 포괄수가제를 적용한다. 원하는 병원만 참여하다 보니 참여율이 의원급은 84%, 병원급은 41%에 머문다. 이번에 이를 전체 병·의원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포괄수가제를 의무 적용하면 환자 선택권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도 환자에게 선택권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포괄수가제를 적용할지 말지를 의료기관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환자는 의료기관에 갈 때 지급 방식을 따져가면서 선택하지 않는다. 일단 병원에 가면 포괄수가제로 진료받을지, 행위별 수가제로 진료받을지도 환자가 선택할 수 없다. 그 의료기관이 선택한 지급 방식대로 지급해야 할 뿐이다.
‘DRG 분류체계’를 처음 만든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들은 예외없이 이를 지급 제도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도 포괄수가제를 시도하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의 예일대학에서 처음 DRG 분류체계를 만든 것은 병원 관리를 보다 잘 하기 위해서였다. 병원 안에서 이뤄지는 서비스는 워낙 복잡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정형화하기 힘들다. 그만큼 병원 안에서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얼마나 산출해 제공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병원의 산출물을 가능한 한 정형화하려는 노력은 ‘임상적으로 관련 있고 비용 소모가 비슷한’ 행위를 묶는 작업으로 나타났다. 이런 묶음은 후에 미국의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서 병원에 대한 ‘지급 단위’로 활용됐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포괄수가제’로 불리는 DRG 지급 제도다.
포괄수가제는 건강보험제도의 효율적 자원 배분에 기여한다. 환자는 본인 부담이 크면 필요한 의료 이용마저 줄일 위험이 있다. 반면 의료 제공자는 불필요한 진료부터 우선적으로 줄일 능력이 있다. 의료 지식과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으므로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의료비용을 줄일지 알고 있다는 얘기다.
또 의료 제공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환자와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환자 사이에 위험 분산을 할 수 있다. 병원의 산출물이 DRG 단위로 측정되고 이에 따라 지급이 이뤄지면 병원 경영 측면에서뿐 아니라 사회적 자원 배분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진다.
포괄수가제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현재와 같이 보험급여에서 제외되는 항목이 있으면 병원은 이 부분에 진료를 집중하고 국민 개개인의 의료비 부담은 커진다. 포괄수가제를 통해 이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포괄하면 환자 부담은 낮아진다. 국민들이 아플 때 내야 하는 진료비가 줄어든다면 평소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료를 높이는 데 따른 반발도 약해질 것이다. 병원들도 비급여 서비스에 매달리지 않고 정상적인 진료를 통해 원하는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형선 <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
△일본 도쿄대 박사(보건정책) △전 OECD 프로젝트 매니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장기요양보험위원회 부위원장 △보건경제정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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