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보통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들의 실적 향상과 외국인의 주식 매수를 동반하기 때문에 증시의 호재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율 상승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원60전 오른 1180원50전에 마감했다. 연초 1150원대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1130~1140원대에서 움직였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 상승의 주 원인은 이달 들어 지속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다. 주식을 팔아 받은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환율이 올랐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분석에 따르면 1999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을 넘어서면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이 높아지면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될 뿐 아니라 향후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50원을 돌파하면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런 기대는 빗나갔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주식을 파는 외국인은 주로 유럽계 투자자인데 그리스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을 확보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별 고려 사항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최근의 환율 상승은 향후 증시 반등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위기가 확산되지 않고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큰 문제가 없다면 최근의 환율 상승은 국내 수출주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