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 생태계와 가치사슬이 변하고 있지만 통신요금 논의는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통신요금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50·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모바일 생태계라는 큰 틀에서 통신요금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근무할 때부터 10여년간 통신정책과 요금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보통신정책분과위원회 부의장과 통신요금 코리아인덱스 개발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통신사가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기 등 모바일 생태계의 가치사슬을 독점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힘이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구글이 단말기와 플랫폼을 장악하고,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콘텐츠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통신사는 단순히 트래픽만 전달하는 ‘덤파이프(dumb pipe)’로 전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100만원을 호가하는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루면서 가계 통신비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통신시장은 차(단말기)와 휘발유(서비스)를 묶어 보조금과 함께 파는 방식이라 예컨대 에쿠스만 내놔도 살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돼 차와 휘발유를 따로 살 수 있게 된 만큼 경차나 중고차 시장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버요금제, 복지요금제가 있는 것처럼 청소년 노년층 저소득층을 위한 중저가 단말기가 시장에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코리아인덱스 개발협의회는 지난달 한국 이동통신 요금을 OECD 주요 10개국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 영국 등 주요 11개국 가운데 한국이 3, 4번째로 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비교 대상국이 선진국인 데다 단말기 보조금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교수는 “처음부터 코리아인덱스는 비교 대상을 서비스 요금으로 정한 데다 시간과 비용 제약으로 단말기 가격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통신 서비스 요금만 놓고 보면 OECD 국가 중 비싸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음성·문자뿐만 아니라 무선인터넷까지 반영된 지표를 만든 것은 의미가 있다”며 “국민이 더 체감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기 위해 단말기 가격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치권의 요금 인하 요구에 대해 “표를 노리고 선심성 공약으로 접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제도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5년간 20%를 인하하겠다면 매년 일정 비율씩 낮추면서 목표치에 접근시키는 ‘슬라이딩 스케일(sliding scale)’ 규제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을 규제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법론이 정착되지 않아 요금 인하 압박을 가하는 법적 근거 말고는 의미가 없다”며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신규 사업자가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완화하는 등 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