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 부인, 여수엑스포서 관람객 '울컥'하게 만들더니


"울컥 가슴에 치미는 뭔가를 느꼈어요."

SK텔레콤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울컥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울컥 코끝이 찡해지게 말이다.

지난 12일 개막한 2012여수세계박람회에서 필수 관람 코스로 부각된 SK텔레콤 기업홍보관. 차갑고 깐깐한 통신기업이니 기술 자랑만을 할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SK텔레콤관은 아날로그적인 감동으로 꽉 차 있다.

1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음성편지를 전달해주는 '타임 얼라이브'나 1000명이 하나가 돼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뷰티풀 스케이프'는 감동을 넘어 숙연함까지 느끼게 만든다. 이곳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나오면서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삶의 터전에서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강산'

관람객의 마음을 뜨겁게 만든 주인공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다. 그는 대기업 회장의 부인 또는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아니라 국내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서 이번 SK텔레콤관 설계를 총감독했다.

앞장서서 아이디어를 냈고, 틈만 나면 서울과 여수를 오가며 현장 상황을 직접 챙겼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한 번은 노 관장이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내놨는데 이게 좀 슬픈 느낌이 나는 거예요. 이왕이면 감동적이면서도 밝은 분위기 였으면 좋겠다 싶어 실무진들이 반대를 했죠. 전혀 개의치 않고 또 다른 아이디어를 찾는 걸 보고 굉장한 열의구나 생각했죠."

이렇게 해서 탄생한 SK텔레콤관은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의 결합체라고 할만하다. 특히 3층에 위치한 대형 영상관은 여수엑스포 기간 중에 반드시 한 번은 들러봐야 할 명소다.

거대한 4면의 스크린에서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만든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가수 박정현이 특유의 소울 감성으로 해석해 낸다. 그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고, 노랫소리는 혼성합창처럼 파트를 나눠 옮겨다니다가 마침내 하나의 큰 멜로디를 만든다.

관람객들은 10여분간 계속되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박자를 맞추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후렴구 부분에서 한 노부부가 어색한 모습으로 따라부르는 장면이 나오자 일부 관람객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당초 SK텔레콤 측에서는 원작자인 신중현을 섭외해 박정현과 듀엣을 부르는 영상을 만들려고 했지만 신씨의 일정이 맞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영상을 만든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은 "현대 문명의 발달을 보여주는 전시장인 엑스포에서 '점차 발전하는 기술과 IT기기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성'이란 점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당 수 관람객은 "노래 음원을 공개하면 좋겠다.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측은 엑스포가 끝난 뒤 음원을 공개하거나, 영상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작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

1년 뒤 미래로 보내는 감동 편지 '타임 캡슐'

2층에 설치된 한계륜 작가의 작품 '타임 얼라이브'는 소라ㆍ고동을 모티브로 해서 나무로 제작된 시계 모양의 타임캡슐이다.

관람객들은 타임캡슐에 장착돼 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족ㆍ연인ㆍ친구에게 음성편지를 보낼 수 있다. 단 이 편지는 타임캡슐이 간직하고 있다가 1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전달된다. 서버에 편지를 저장해 놓았다가 지정된 날짜에 보내는 것이다.

한 관람객은 "엄마에게 편지를 보냈다"며 "처음에는 왠지 쑥스러웠는데, 말을 하다보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현재 하루 1000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해 음성편지를 남기고 있다. 관람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참여 관람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SK텔레콤관은 이외에도 정보통신(ICT)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현대 도시의 야경과 고전을 상징하는 수목화를 접목시킨 이이남 작가의 작품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작품의 낙관처럼 보이는 QR코드를 인식하면 관람객의 스마트폰에 작품을 다운로드해 소장할 수도 있다.

1층에는 SK텔레콤의 최신 기술로 구현된 스마트 헬스, 스마트카, 스마트 러닝 등이 전시돼 있다. 최고급 스포츠카에 직접 앉아 자동주행, 원격 차량제어, 음성 인식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오는 8월 12일까지 열리는 여수엑스포에는 100여개국이 참가해 각 나라의 해양산업에 대한 비전과 미래를 제시한다.

여수=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